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0호 소식(11월 20일)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08-01-22 14:35
조회수: 6131
 

2007년 11월 20일 (제20호)

 

.

   
  시(詩)에 관한 단상(斷想)

.



                                     시는 살아가는 호흡이다.  정직하게 자기 인생을 살아가는.
                                                                                                   -조병화-

 

.

         
            소   식

 

                 영하 10도 부근을 오르내리는
                 어둡고 긴 겨울을
                 깊은 땅 속에서  
                 깊은 나뭇가지 살 속에서
                 눈을 뜨고 봄을 기다리는
                 맑은 싹들의 생기를 생각하며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하노라면
                 문득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
                 그분은 늘 그렇게
                 찬물로
                 긴 겨울을 씻어 내셨던 것이 아닌가

                 하얀 옷으로
                 하얀 손으로
                 하얀 사랑으로

 


                 

 요즘은 겨울이 그리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춥지 않아서 나에겐 견디기가 용이합니다. 나는 추위를 많이 타는 버릇이 있습니다. 때문에 겨울이 오면 올 겨울을 어떻게 지내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곤 하는 겁니다. 옛날에 참으로 추웠습니다. 나의 유년 시절엔 내복도 없어서 참으로 겨울을 견디기가 어려웠습니다. 워낙 집안 사정을 잘 알고 있으니까, 그저 모든 걸 참고 지내야 했습니다. 어머님은 우리들 형제를 데리고 그리 넉넉지 못한 살림을 꾸려 나가시기에 항상 바쁘셨습니다. 항상 일을 하고 계셨습니다.
 참으로 찬물 같은 가난이었습니다. 그 찬물 같은 가난을 찬물로 세수를 하시며 건강하게 우리를 키워내셨습니다.
 어느 겨울날 아침 나도 찬물로 세수를 하다가 손이 시려 머물고 있는 찰나, 문득 어머님의 하얀 옷차림이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그 하얀 옷, 하얀 손, 그 하얀 사랑. 어머님은 나에게 있어서 하얀 이미지였습니다. 어머님은 세수를 하실 때도 비누를 쓰지 않으셨습니다. 나도 어머님이 하신 것처럼 세수를 할 때 비누를 쓰지 않지만 내가 살고 있는 혜화동 집은 40년이나 가까이 살고 있는 집이라 온수 순환이 잘 되지 않아 아침 마다 냉수로 세수를 하고 있는 형편이며, 나는 목욕할 때 아니면 습관처럼 비누를 쓰지 않고 있는 겁니다. 한편으로는 항상 어머님이 견디신 겨울을 체험하기 위해서.
 어머님이 살아계실 때엔 참으로 추웠습니다. 영하 15~16도가 보통이었습니다. 그 영하 15~16도의 겨울을 매일 아침 제일 먼저 일어나셔서 일을 하셨습니다. 차가운 겨울, 차가운 공기, 차가운 물, 차가운 살림. 그것을 어머님은 사랑 하나로 따뜻이 녹이면서 우리를 키워내셨습니다. 요란한 사랑이 아니라, 숨어서 흘러 내리는 가슴 안의 사랑으로. 이런 것을 생각할 때 나는 어머님의 눈물이며, 어머님의 꿈이며, 어머님의 시이며, 어머님의 고운 입김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1991년 겨울 조병화

 

   
 사단법인 조병화시인기념사업회

 

(사)조병화시인기념사업회는 편운 조병화 시인의 순수 고독, 순수허무의 시세계와 예술철학을 재조명 하고자 몇몇 후학들이 힘을 모아 설립한 단체입니다. 사업회는 조병화문학관 및 편운문학상 운영을 지원하고 계간 『꿈』을 간행하는 등 한국 시문학 발전을 도모하고 이 시대가 잊어가고 있는 '서정성'을 소생시키는 데에도 기여하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

클릭하세요.

     


  <<<  계간『꿈』가을호가 발간되었습니다. 정기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회원가입 및 신청 란을 클릭하시어 회원가입을 해주시면 됩니다.

Copyright By (사)조병화시인기념사업회 ☏ 02-762-0658  www.poetcho.com

    
△ 이전글: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9호 혼자(11월 13일)
▽ 다음글: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1호 소년에게(11월 27일)
Copyright 1999-2022 Zeroboard / skin by enF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