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제10호 비 는(9월11일)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07-09-11 16:29
조회수: 6913
 

2007년 9월 11일 (제10호)

 

   
  시(詩)에 관한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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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늘 문단 밖에서 살아왔다. 시작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나는 문단보다도

     훌륭한 시인, 작가, 개인을 존경해 왔다. 문단이 작품을 훌륭히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우수한 시인, 작가들이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조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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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는 내리는데  

                     -미도파 부근

         

 

         진종일을 비는 내리는데
         비에 막혀 그대로 어둠이 되는 미도파 앞을 비는 내리는데
         서울 시민들의 머리 위를 비는 내리는데

         비에 젖은 그리운 얼굴들이
         서울의 추녀 아래로 비를 멈추는데
         진종일을 후줄근히 내 마음은 젖어내리는데

         넓은 유리창으로 층층이 비는 흘러내리는데
         아스팔트로 네거리로 빗물이 흘러내리는데
         그대로 발들을 멈춘 채 밤은 내리는데

         내 마음 속으로 내 마음 흘러내리는 마음
         내 마음 밖으로 내 마음 흘러내리는 마음
         사랑하는 사람을 막고 진종일을 비는 내리는데

         가난한 방에 가난한 침대 위에
         가난한 시인의 애인아…… 어두운 창을 닫고
         쓸쓸한 인생을 그대로 비는 내리는데

         아무런 기쁨도 없이 하는 일 없이 하루를 보내는데
         하루가 오고 진종일을 비는 내리는데
         비에 막혀 미도파 앞에 발을 멈춘 채 내 마음에 밤은 내리는데


                                              -제6집 『서울』에서


                 

  이 시도 시에 있어서의 리듬을 강하게 나타내며 그 강하게 나타낸 리듬을 통해서 시의 주제가 잘 나타나도록 시도한 작품입니다.
도시의 생활과 애수 같은 것이 이 시의 테마입니다.
이 시는 나에게 있어서 비교적 초기의 작품입니다. 그러니까 1950년 중반기, 부산 임시수도에서 수복(1953)해서 얼마되지 않을 때의 서울 도시인들의 저녁 풍경입니다.
그땐 비가와도 비닐우산 같은 임시편통의 우산도 없었습니다.
비가 심하게 오면 추녀 밑으로 비를 피했다가 비가 그치면 보행을 해야 했습니다.
나는 그 무렵 하루의 일과처럼 서울고등학교에서 수업이 끝나면 소공동에 있는 경향신문 문화부에 들렀다간 명동으로 술을 마시러 가곤 했었습니다.
매일 같이.
경향신문사 문화부엔 소설가 김광주 선생이 문화부장으로 있었습니다.
김광주 선생은 일제시대 중국에 있었으며 김구 선생의 비서 노릇을 하고 임시정부 요인들하고 같이 귀국하신 분이었습니다.
김광주 선생은 그때 우리들의 보스였습니다. 소설가 이봉구, 시인 박인환, 방송작가 이진섭, 연극인 이해랑 씨, 성악가 이인범 선생... 이런 그룹의 총수였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쪽도 저쪽도 아닌 명동가족이었습니다. 이해랑 씨 말대로 ‘호적이 없는 가족’들이었습니다.
김동리 씨가 거느린 문협파와는 달리 우리들은 조직이 없는 ‘인간고도(人間孤島)’들이었습니다.
우리들은 실로 조직이 싫었습니다. 조직이 없는 무리로 우리들은 명동을 중심해서 도시인들의 고독과 애수를 살았습니다.
참으로 많이도 술을 마시고 많이도 작품을 썼습니다.
이러한 도시인의 고독과 그 애수를 테마로 참으로 많은 작품들을 썼습니다. 이 시가 그 대표적인 그 당시의 나의 작품입니다.

 

 

   
 사단법인 조병화시인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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