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제8호 밤의이야기(8월28일)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07-08-28 18:25
조회수: 6082
 

2007년 8월 28일 (제8호)

 

   
    시(詩)에 관한 단상(斷想)

.

 

        시를 사는 길은 오로지 인간의 본질을 사는 것이다.
                                                                                  -조병화-

 

   
     밤의 이야기 47

 

 

 

                    지금 너와 내가 살고 있는
                    이 시간은
                    죽어 간 사람들이 다하지 못한
                    그 시간이다

                    그리고 지금 너와 내가 살고 있는
                    이 오늘은
                    죽어 간 사람들이 다하지 못한
                    그 내일이다

                    아! 그리고 너와 나는
                    너와 내가 다하지 못한 채 이 시간을 두고
                    이 시간을 떠나야 하리

                    그리고 너와 나는
                    너와 내가 다하지 못한 채 이 오늘을 두고
                    이 오늘을 떠나야 하리

                    그리고 너와 나는
                    너와 내가 아직도 보지 못한 채 이 내일을 두고
                    이 내일을 떠나야 하리

                    오! 시간을 잡는 자여
                    내일을 갖는 자여

                    지금 너와 내가 마시고 있는
                    이 시간은
                    죽어 간 사람들이 다하지 못한
                    그 시간

                    그리고 지금 너와 내가 잠시 같이하는
                    이 오늘은
                    우리 서로 두고 갈
                    ―그 내일이다.

                                              제9시집 『밤의 이야기』에서


                 

    나는 항상 ‘내일’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캄캄한 내일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보이지 않는 내일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이 있기에 나는 슬픔을 마시고 산다” (제2시집에서 「낙엽끼리 모여산다」의 끝행) 이러한 보이지 않는 세월의 내일, 그 미래를 늘 생각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사실, 내일이 반드시 나에게 보다 나은 행복한 날들이라고 믿어지지는 않으나, 내일은 그러나 오늘보다는 나을 것이 아닌가, 하는 막연한 기대로 캄캄한 내일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거지요.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은 지금 내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오늘이 그들의 내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 소망하고 살다가 다 못살고 떠난 그 내일, 우리들의 오늘이 그들보다 행복하냐,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자연은 더 오염이 되고 인간은 정신적으로 파괴가 되고, 정신보다는 물질이 행세를 하는 금전만능 시대가 되고 말았습니다. 정신문화는 완전히 물질문화로 오염되어 인간미가 없는 쌀쌀한 너와 나의 사회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니까, 어제의 그 사람들이 이러한 오늘을 알았더라면 오히려 그들의 오늘 그 어제들을 소중히 지키려고 했겠지요.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들은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오늘을 잘 써서 다시는 오염이 없는 맑은 정신적인 내일을, 그들 내일을 사는 사람들에게 물려 주어야 하겠습니다.
 지금 지구는 인간이 살아가기에 아주 힘든 자연과 물질문명이 침투해 가는 오염된 정신문화 속에서 허덕이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파괴되어 가고 있습니다. 온 지구가 인간들의 쓰레기들로 산적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쓰레기더미 같은 오늘을 그들, 우리의 내일을 사는 사람들에게 남겨 주고 가야 하겠습니까.

                                                      ㅣ조병화, 『세월은 자란다』, 문학수첩, 1995, 122쪽ㅣ

 

 

   
 사단법인 조병화시인기념사업회

 

(사)조병화시인기념사업회는 편운 조병화 시인의 순수 고독, 순수허무의 시세계와 예술철학을 재조명 하고자 몇몇 후학들이 힘을 모아 설립한 단체입니다. 사업회는 조병화문학관 및 편운문학상 운영을 지원하고 계간 『꿈』을 간행하는 등 한국 시문학 발전을 도모하고 이 시대가 잊어가고 있는 '서정성'을 소생시키는 데에도 기여하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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