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076호 (『떠난세월 떠난사람』)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4-04-12 12:32
조회수: 176
 
최영해崔暎海씨와 그 주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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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주·박인환·이진섭·유호·이해랑·유두연·,·윤용하·한노단·이봉구·김수영·김영주·이순재·
이명은·조경희·이인범·조애실·조영암·박연희·김양수·김성민·장만영·이경성·권영숙·
방용구·최완복·이석곤·이병일·한창우·오종식·박계주·최호진·서임수·김내성·정한숙·임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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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로에 ‘포엠’이라는 술집이 생겼습니다.
저녁이 오면,
하루의 일과를 마친 저녁이 오면,
털들이 앙상한 가로수 잎사귀를 돌아
우리들은 술을 마시러
포엠으로 갑니다

포엠에는 노랑저고리를 입은
여인이 있었습니다
코가 높고, 눈이 깊고, 술을 잘 주고
시간이 오면
계산을 잘하는 여인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포엠에는
그림쟁이들이 먼저 모여들 들었습니다
그리고, 글쟁이들이 모여들 들었습니다.

그림쟁이와 글쟁이들이
같이 취해서
노랑저고리를 웃기다간 돌아들 가곤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식민지 시대의 산업도로
그 냄새가 싫어
술에 취해 돌아갈 때마다
오줌을 흘리고,
욕설을 하고,
울며 돌아간 글쟁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포엠은 외로움 깊이 술값이 싼
선한 사람들끼리 밤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글쟁이 그림쟁이 노래쟁이
우리들이 모두 지껄이다 헤어진

그 뒤에
마냥 퇴계로가 남고
검은 아스팔트 피안에 포엠이 남고,
비정非情의 시간,
사람이 없는 11시 통행금지,
그 시간,
그대로 막힌 어제였습니다.

제목은 「술집 포엠」. 그 무렵 명동을 벗어난 퇴계로에 새로 생긴 술집으로 포엠(Poem)이 있었다. 좁은 통술집 같은 곳이었는데 장안의 예술가들이 안 들른 사람 하나 없이 저녁이면 몰려들던 곳이었다.
그 마담의 이름은 지금 잊었지만 몇 년 전 뉴욕에서 만난 일이 있었다. 그곳에 이민가서 잘살고 있었다. 그립고, 반가운 여인이었다. 참으로 정겹게 모든 예술가들을 사랑해주었다. 술값이 싸고, 외상도 잘 주곤 했다. 저녁마다 시장바닥 같은 아우성들이었다. 술에, 노래에, 시에, 우정에, 정에, 사랑에, 벗에, 인간에 취해서 돌던 곳이었다.
벽은 거꾸로 쓴 예술가들의 이름들로 가득 차 있었다. 먹글씨로, 페인트 글씨로 그가 누구던가 ‘트람프왕王’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규석씨였던가, 지금 그 이름이 아름아름하지만, 영화회사 사장 차태진씨의 단골 친구, 바로 그가 쓴 글씨들, 지금 그 집이 그대로 보관이 되어 있더라면 보물이 되어 있을 터인데.
단골손님은 화가 장욱진(張旭鎭)씨였다. 거의 매일 밤 이곳에서 혼자 늦도록 술을 마시고 있었다. 안주도 없이 그저 술만 마시며 던힐이라는 고급 파이프를 늘 물고 있었다. 그렇게 많이 술을 마시면서도 항상 파이프를 이쁘게 물고 있었다. 파이프에 이빨 자국이 나는 법이 없었다. 항상 말없이 싱글싱글 웃으며 술을 감로수처럼 마시고 있었다. 알콜 중독이 아닌가 주위 사람이 생각할 정도로, 그런 점 소설가 이봉구 씨도 매한가지였다. 이진섭씨도 매한가지였다. 그의 친구 컬럼니스트 심연섭씨도, 영화감독 유두연씨도 매한가지였다.
우리들 김광주씨 사단들도 거의 이차의 술은 이곳에서 했다. 일차는 명동에 있는 나의 단골집, 이름도 없는 그 집에서 하곤, 충무로를 건너, 퇴계로를 건너, 지금의 코리아헤럴드쯤 있었던 이 술집 포엠으로 이동들을 했던 거다. 참으로 많은 그 문인들, 화가들, 음악가들, 모두 호적이 없는 방랑가족들이 아니었던가. 슬펐던 거다. 외로왔던 거다. 생활의 뿌리가 없었던 거다. 아득한 먼 고향을 찾아서 청춘의 길을 찾던 무리들이었던 거다. 불안한 이데올로기와 정치·경제·사회의 물결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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