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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운金素雲씨와 그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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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운은 다시 조국으로 돌아오게 되고 몇 년간을 한일사전·일한사전, 많은 수필집, 동화출판공사의 여러 번역물들을 일삼아 사시다가 1981년 11월 2일, 파란 많던 한 생애를 외롭게 마쳤다. 나는 그 영결식에서 다음의 조시를 읽었다.
1981년 11월 2일, 오후 6시
대학에서 돌아오자마자 울리는 벨소리
수화기를 타고 들려오는 님의 목소리
“김소운 선생 돌아가신 거 아시지요?”
오전 10시에 돌아가셨다는 뜻밖의 소식
온종일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선생은 1907년 부산에서 태어나시어
오늘 이 객지,
서초동 화원연립주택 206호에서 별세
그러니까 우리네 연수로 74년
이 풍랑의 세계에서 사심에
한 번도 편안치 못하신
그 고된 물결을 사신 게 아니겠습니까
암으로 병상에 누워 계시다는 소식 들으면서도
시간에 매여 사는 이 속물
자주 찾아뵙지 못한 거
불효막심한 자식 같은 한이옵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저는 우리 조선
그 한국을 잘 모르는 학생이었습니다
그런데 도쿄 간다 진보쪼 서점가에서
이와나미 문고에, 그 저자로서 끼어 계신
선생의 이름을 보곤
아, 이런 분이 계셨구나!
그때의 그 존경과 그 경탄, 지금도 새롭습니다
그 존경과 그 경탄의 선생을
직접 접하게 된 것은
6.25 피난시절 바로 부산 광복동 금강다방
김광주님의 소개였었습니다
그때부터 오늘날까지
선생은 다방에서, 술집에서, 서재에서,
때로는 스승, 때로는 벗
엉겨서, 인생과 문학, 시와 예술
그 많은 정과 한의 동반 속에서
실로 선생은
저의 시와 인생의 모체였습니다
정정한 그 목소리
그 반골, 그 고집, 그 담백, 그 솔직.
그 기백, 그 인정, 그 탐닉, 그 해학,
그 박식, 그 낭만, 그 근면, 그 투지,
투철하신 그 서민의식과 정의감,
무엇보다도 타고나신 그 풍요한 시정신,
그 눈물
아, 얼마나 北原白秋(기다하라 하구슈)의 ‘탱자나무꽃’을
눈물 글썽글썽 노래하셨던가
‘아름다워라, 아름다워라, 아 아름다워라’
무슈 조, 내가 죽거든 이걸 묘비명으로 써
하시곤 육필로 써주시던 그날 밤 그 깊은 자리
아, 선생은 드디어
이 풍랑의 세계를 하직하셨습니다
이젠 다시 볼 수 없는 선생의 그 눈물
다시 들을 수 없는 선생의 그 노래
‘탱자나무꽃’
그 멋
그 세상에 선생 같은
곧은 멋쟁이는 없었습니다
오늘은 선생이 저 하늘 높은 곳으로
떠나시는 날
벗들이 이렇게 많이 전송하고 있습니다
웃으시며, 웃으시며
안녕, 안녕, 하시는 듯한 떠나시는 선생 모습
아, 이젠 통화가 되지 않는 목소리입니다
실로 많은 일 하시고, 많이도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가시는 세상
부디, 근심걱정 없으시길
아, 하얀 탱자나무꽃이여.
제목은 ｢하얀 탱자나무꽃｣. 묘지는 망우리를 넘어 금곡을 지나 마석으로 가다가 우편으로 꼬부라지는 곳에 있는 모란(?) 공원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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