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982호 (『시의 오솔길을 가며』)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3-05-18 16:55
조회수: 68
 

여 행
-구마邱馬고속도로를 지나며


여행은
이동하는 나의 작업실

때로는 호수가로
때로는 산협으로
때로는 고원 지대로
때로는 연안 지대로
때로는 해협으로
때로는 대평원으로

때로는 비 속을
때로는 눈보라 속을
때로는 바람 속을
때로는 구름 한 점 없는 햇빛 속을

때로는 한촌寒村을
때로는 대도시를, 달리며

먼 훗날의 나를 위해 편지를 쓰는
쾌적한 이 고독

노상, 대지의 끝 하늘의 시작
지금도 이 절벽에서
계속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멀지 않아 겨울이 오겠지, 이 여행
목숨이 떨어지는 곳이
나의 종점

되돌아갈 수 없는 세월아
가물가물
창 밖에서
이루지 못한 세월이 나를 태운다.


詩想노트

무라노 시로(村野四郎)는 “시는 즐거운 고문(拷問)의 도구”라고도 말하고, 일본의 유명한 와가(和歌) 시인인 사이토 모기치(齋藤茂吉)는 “시는 슬픈 Wonne”(독일어 : 큰 기쁨, 미칠듯한 기쁨, 희열, 황홀)이라고도 말했습니다.
또 무라노 시로는 “시를 생각해서 시를 쓴다는 것은 일종의 아름다운 병"이라고도 말했습니다.
모두들 깊이 생각해 볼만한 좋은 말들입니다. 멋있는 말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실로 무라노 시로는 '생각하는 서정'을 개발한 멋있는 일본 현대시인이었습니다.
그는 경응대학(게이오대학 慶應大學) 경제과를 나오고, 시를 쓰고, 자기 모교인 경응대학교에서 시학교수를 했었습니다. 일본에서 대단히 읽히며, 존경받으며, 많은 지식층의 독자를 가지고 있던 시인이었습니다.
그의 ‘생각하는 서정’의 시에서는 항상 '향기로운 지성'의 냄새가 나곤 했습니다.
현대 우리들이 쓰고 있는 시의 언어에서는 늘 이러한 생각하는 지성과 향기로운 지성의 냄새가 있어야만 하지 않을까요.
어떻습니까, 여러분들이 읽고 있는 우리나라 현대시에서 이러한 생각하는 서정의 향기와 향기로운 지성의 향기가 납니까? 나면 다행입니다. 그러면 그 시는 성공입니다. 그 시인은 성공하고 있는 겁니다.
시의 언어에선 항상 향기로운 과일냄새가 나야하며, 그것을 먹으면 영혼에게 자양이 되어야 합니다.
물론 먹을 때 그 과일이 맛이 있으면 더욱 좋겠지요. 맛은 그리 없더라도 우리 인간 정신에 도움이 되는 자양이 되었으면 합니다.
확실히 시는 희열의 세계입니다. 아름다운 세계입니다. 새로운 세계입니다.
'슬픈 희열’이건 '아름다운 고문'이건 그것은 영혼의 애인처럼 늘 우리들을 끄집어 올려주고 있는 겁니다.
괴테의 파우스트 작품 마지막 말처럼.
“영원한 여성은 항상 우리들을 끄집어 올려준다."
이 시처럼 인생도 긴 여행이라고 생각을 하며, 그 긴 여행 중 이러한 시들을 쓰지요. 위안처럼.
    
△ 이전글: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983호 (『시의 오솔길을 가며』)
▽ 다음글: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981호 (『시의 오솔길을 가며』)
Copyright 1999-2023 Zeroboard / skin by enF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