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947호 (『시의 오솔길을 가며』)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3-01-18 13:59
조회수: 43
 

넌 거기서 난 여기서


너와 나는 지금 편지도 없고
전화도 없고 기별도 없는
이승과 저승 같은 거리를 두고
너는 거기서 나는 여기서
나날을 보낸다

가까운지 먼지 알 수 없는
아득한 곳에 아롱아롱
그저 아직 이승에 머물고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캄캄하다는 건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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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想노트

인간은 누구나 떨어져서 살고들 있는 겁니다. 아무리 가까운 부부 사이들이라도 떨어져 살고 있는 겁니다. 부부이면서 남남인 것입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사이좋은 부부일지라도 서로 이해가 달라져서 충돌이 있고, 싸움이 있고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남편 마음 아내가 모르고, 아내의 마음 남편이 모르는 수가 얼마든지 있어서 실로 부부이면서 남남으로 남남이면서 부부로 살아가는 겁니다.
하물며 남남끼리, 인간, 인간끼리에 있어서야 그 사이는 천차만차라 하겠습니다. 이렇게 인간은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살게 마련인 겁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사는 딸도 있습니다. 편지나 전화가 없을 때에는 실로 죽어서 이승과 저승에 서로서로 떨어져서 살고 있는 감을 줄 때가 많습니다.
다만 다른 것은 아직도 같은 이승에 서로 같이 있다는 안도감뿐입니다. 이 안도감 때문에 언젠가는 같이 만나보겠지 하는 한 가닥 희망이 있어서 우리들을 흐뭇하게 해주고 있는 겁니다.
이러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겠지요. 지금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모든 세계인들이 세계에 각각 뿔뿔이 헤어져서 생활들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직장에 따라서 학교에 따라서, 자기들 생활 조건에 따라서 어쩔 수 없이 멀리 떨어져 살고들 있는 겁니다.
옛날 농경시대의 집단생활하곤 달라져서 지금은 이 지구를 상대로 해서 살고들 있는 겁니다. 어느 특수지역이 아니라, 이러한 곳에 현대인들의 고독감은 있는 겁니다. 서로들 뿔뿔이 헤어져서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의 생활, 참으로 헤어져서 살아야 하는 그 거리는 실로 캄캄할 뿐입니다.
간혹 전화나, 편지는 온다 해도.
이렇게 떨어져 있는 곳에서 생각이 나오고, 그리움이 나오고, 시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해 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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