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946호 (『시의 오솔길을 가며』)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3-01-13 12:42
조회수: 60
 

혼자라는 거


밤 2시경
잠이 깨서 불을 켜면
온 세상 보이는 거, 들리는 거
나 혼자다

이렇게 철저하게
갇혀 있을 수가 있을까

첩첩한 어둠의 바닥

조물주는 마지막에 있어
누구에게나 이렇게 잔인한 거

사랑하는 사람아
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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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想노트

나이 들수록 잠이 없다고들 합니다. 잠이 짧아진다고 합니다. 깊이 긴 잠을 자지 못한다고 합니다. 나도 어느새 그런 나이에 들어섰는가 밤에도 잠이 잘 오질 않습니다.
오다가도 쉽게 깨곤 합니다. 건강을 위해선 오래 잠을 자야 한다고들 하는데 도무지 잠이 깊지도 않고, 길지도 않습니다.
어물 어물 한 열한 시쯤이나, 열두 시쯤에 잠이 들다가도 밤 두 시면 습관처럼 잠이 깨곤 하는 겁니다.
깨고선 여간해서 또 잠이 오질 않습니다. 건강을 위해선 자야 할 텐데 하면서 아무리 잠을 청해도 오라는 잠은 오질 않고 이것저것 근심스러운 생각만 머리에 쌓이곤 합니다.
특히 죽음에 대한 고통스러운 여러 가지 노인병 같은 것이 생각될 땐 심히 공포감 같은 것도 떠오르곤 합니다.
인간이 죽을 때 순간적으로 훅- 죽으면 얼마나 좋을 일이랴, 그러나 그러한 행복이 그리 있으리. 옛날에 잠이 오지 않으면 침대 옆에 미리 준비해두었던 책을 읽곤 했습니다. 그러나 눈이 점점 희미해져서 눈을 아끼기 위해서 되도록이면 책을 멀리하곤 하는 겁니다. 눈이 안 보이면 어떻게 하나 하는 근심도 있어서 어두운 밤에 그저 눈을 감고 이것저것 잠이 오라고 소원을 하면서 생각을 합니다.
생각을 하다간 위의 시와 같은 시상을 간단한 종이에 메모를 했다간 아침에 작업실 나와서 시작을 하곤 합니다.
실로 이 시처럼 한두 시쯤 잠이 깨면 세상은 나 혼자뿐이라는 고독감, 고적감에 젖어 들곤 하는 겁니다.
인간은 이렇게 외로운 존재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곤 합니다. 그 무서운 고독을 살아가는 거라는 인식이 들곤 합니다.
이렇게 철저하게 외로운 그 존재를 살아가는 지혜를 배워야 하겠지요, 그 체념에 익숙해야 하겠지요. 그렇게 오는 이 인생 마지막을 준비해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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