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881호 (『세월은 자란다』 이후의 이야기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2-05-31 15:22
조회수: 28
 
142. 지금까지의 나의 생애를 정리해 보았다. 나는 원래부터 문학을 하려는 생각은 하나도 없었다. 나의 청춘 시절엔 문학 같은 것은 시시하게 생각이 되었던 거다. 문학 같은 것은 인생의 낙오자들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거다. 시시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던 거다. 머리가 좋은 사람, 건실한 사람들이 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을 했던 거다.
  그래서 나는 일본에서도 수재들만 간다는 동경고등사범학교 이과 물리학과로 진학을 했던 거다. 물리화학 방면에서 내가 남을 수 있는 일을 하려고. 그랬던 것이 해방이 된 조국으로 돌아와서 그 꿈은 깨지고, 절망 상태에 빠져 있었던 거다. 꿈의 좌절이었지. 그 꿈의 좌절에서부터 나를 다시 찾으려고 방황한 끝에서 시를 쓰기 시작했던 거다. 자기 구원이었지.
  이렇게 해서 시작한 시의 길이 나의 인생의 길로 되어 온 것이다. 때문에 나는 기성 문학으로부터 문학을 시작한 것이 아니고 나로부터, 나의 경험으로부터, 내가 살려는 길을 찾아서, 시를 쓰고 문학을 시작한 것이다. 나의 경험으로, 나의 철학으로, 나의 인생관으로, 문학을 찾아가는 그 문학을 했던 거다. 다시 말하면 기성 문학으로부터 문학을 배워서 문학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는 거다. 때문에 나의 시가 나의 시론이요, 나의 생각이 나의 문학론이었던 거다. 그만큼 문학(시)을 살아 왔던 거다. 문학(시)을 써온 것이 아니라, 문학(시)을 살아 왔던 거다.
  종교도 매 한가지다. 기성 종교를 믿어 온 것이 아니라, 종교를 찾아가는 종교, 그 경험 종교를 살아 왔던 거다. 내가 살아오면서 체험하면서 내가 실감한 것을 종교로 살아 왔던 거다. 찾아가는 문학, 찾아가는 종교, 찾아가는 그 인생을 살았던 거다.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에게』, 128-1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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