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800호 (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흐른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1-08-22 15:53
조회수: 9
 
61 오산 인터체인지
    고향으로 가는 길

자, 그럼
하는 손을 질은 안개가 잡는다.

넌 남으로 천 리
난 동으로 사십 리

산을 넘는
저수지 마을

삭지 않는 시간, 삭은 산천을 돈다.

등은, 덴마크의 여인처럼
푸른 눈 긴 다리
안개 속에 초초히
떨어져 서 있고

허허 들판
작별을 하면
말도 무용해진다.

어느새 이곳
자, 그럼

넌 남으로 천 리
난 동으로 사십 리.

                              시집 『오산(烏山) 인터체인지』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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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경에 들어서서부터 우리나라엔 고속도로가 뚫리기 시작을 했습니다. 경인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 ……계속해서 고속도로가 개통하기 시작을 했습니다,
  1967년이었던가, 미국 뉴욕 P.E.N.대회에 참석했을 때 나는 미국 대륙을 고속버스로 동부로 북부로 남부로 서부로 한 50일간을 여행한 일이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는 비행기로, 샌프란시스코에서부터는 그레이하운드, 아니면 콘티넨탈 고속버스를 타고 우선 뉴욕대회장까지 가고, P.E.N. 대회가 끝나고선 자유스럽게 실로 여행다운 여행을 지상으로 했습니다.
  그 여행에서 얻은 시와 그림은 제 15시집 『가을은 남은 거에』(1966.12.10.) 실려 있습니다만, 나는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서 아주 짧은 시간에 내 고향 난실리를 왕복할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오산까지, 오산에서는 동으로 40리 길을 들어가면 내 고향 난실리에 도달합니다.
  고향, 나는 고향을 두 가지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자연의 고향, 또 하나는 영혼의 고향, 인간은 누구나 이 두 가지의 고향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겁니다. 죽어서 흙으로 가는 흙의 고향(자연), 죽어서 영혼이 찾아가는 영혼의 고향, 이 두 가지 고향 속에서 자연의 고향보다는 죽어서 찾아가는 영혼의 고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겁니다. 불교를 믿는 사람은 불교의 하늘에, 개신교를 믿는 사람은 개신교의 하늘에, 천주교를 믿는 사람은 천주교의 하늘에 그 고향이 있을 것이고, 그곳으로 잘 인도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는 스님, 목사, 신부들이 있는 것이라고.
  나에겐 어머님이 나의 종교라, 나는 스스로 혼자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고 늘 다짐을 하고 있는 겁니다. 어머님을 생각하는 나의 굳은 신앙으로 그 어머님의 존재를 믿으면 믿을수록, 확실히 그 어머님으로 가는 길이 훤하게 보일 거라고.
  이 시는 제 18시집 『오산(烏山) 인터체인지』 (1971.2.20. 문원사)에 실려 있는 그 첫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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