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798호 (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흐른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1-08-13 13:19
조회수: 22
 
59 대서양
   Castelo de Sao Jorge에서

성에서 내려보는 테제 강
그리고 그 하구에 펼쳐 있는 대서양
십자탑과 나 사이에 하늘이 있다

옛날을 그리는 대포들 띄엄띄엄
그 자리들에 있고
성안에서 입을 맞추는 관광객
비둘기가 난다

내려다보면 가득한 지붕 지붕
하늘과 바다에 닿고
항구에 모여든 국적 다른 배들
기폭에 기폭에 여수를 날린다

지구는 둥근 거
돌고 돌고 돌다 목숨 떨어지면, 그뿐
인간은 가는 나그네
변하지 않는 시간 속에서
변하는 인간을 산다

하늘은 멀다
바다는 푸르다
공작이 꼬릴 편다.

                                    시집 『내 고향 먼 곳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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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제 강은 리스본 시가지를 흐르고 있는 바다와 같은 큰 강이었습니다. 이 강을 끼고 북쪽은 구시가지이고, 남쪽은 신시가지 같은 인상을 가졌습니다. 역시 옛날에 큰 식민지를 지배하던 나라이어서 큰 건물들, 조각 들, 그 도시 규모가 대단했습니다. 지금은 좀 생활이 궁해졌는지, 우리 나라 청계천이나, 동대문시장이나, 남대문시장 같은 풍경들이 우글우글했습니다.
  옛날 내가 경성사범학교 시절 기숙사에서 결심했던 ‘보다 인생을 많이 살다 가는 것이다. 몸으로 이 눈에 보이는 대자연을(지구), 책으로 이 눈에 보이지 않는 큰 상상의 세계를(영혼)', 그 꿈이 드디어 이곳 대서양 연안 도시 ‘대륙의 끝, 바다의 시작’이라는 리스본까지 구경을 하게 되었으니, 아, 그 꿈이 반은 이루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다른 사람보다 인생을 더 많이 사는 방법을 나는 이렇게 ‘보다 많은 여행'을 하는 것으로 생각을 했던 겁니다. 자연을 보다 많이 여행을 하고, 책을 통해서 보다 많이 영혼의 세계를 상상으로 여행을 한다는 인생관이었습니다. 이 짧은 인생을 그렇게 해서 보다 많이 인생을 살다 가자,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마음 굳게 먹고 시작한 인생이었기 때문에 실로 많은 여행을 하면서 글도 많이 썼고, 그림도 많이 그렸고, 대학선생을 하면서 그런대로 책도 많이 읽고, 이렇게 상상의 문학을 하고 있는 겁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은 1995년, 그러니까 내가 대학에서 정년퇴직을 한 지 벌써 11년째 됩니다만, 지금 생각을 해보니 내가 경성사범학교 1학년 기숙사 시절 꿈꾸었던 그 꿈을 후회없이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인생은 이렇게 꿈을 사는 겁니다.
  나의 시는 그 꿈을 사는 길이며, 증거이며, 그 흔적입니다. 좋건, 좋지 않건. 나의 시는 나의 존재의 증거이며, 그 생존의 숙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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