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796호 (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흐른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1-08-10 11:22
조회수: 19
 
57 청춘에 기를 세워라

청춘에 네 기를 세워라
청춘에 네 그 기를 지켜라
기 아래 네 그 청춘을 엮어라

누구보다 땀 많이 간직한 생명
누구보다 피 많이 간직한 생명
누구보다 눈물 많이 간직한 생명

청춘은 푸른 바다라 하더라
청춘은 푸른 산이라 하더라
청춘은 푸른 하늘이라 하더라

해는 항시 가슴에서 솟아오르고
즐거운 젊은 날
흘러내리는 날이 우릴 키운다

청춘에 네 기를 세워라
청춘에 네 그 기를 지켜라
기 아래 네 청춘을 엮어라
                        
                           - 『젊은 학도들에게 주노라』 서시
                        
                           시집 『가숙(假宿)의 램프』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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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도 제 16시집 『가숙(假宿)의 램프』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입니다.
  이 시는 1954〜1955년경 정음사에서 출판한 『젊은 학도들에게 주노라』라는 책의 서시로 정음사 사장 최영해 씨의 청탁을 받고 쓴 시입니다.
  서을 수복 후, 방황하는 젊은 학도들에게 주는 글을 일선 중고등학교 교장, 교감에게서 원고를 얻어 책으로 꾸민 것인데, 이곳에 서시를 쓰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나는 최영해 사장과, 그분에겐 절친한 친구들, 정비석 씨(소설), 장만영 씨(시인), 홍이섭 씨(사학자, 연세대 교수), 최호진 씨(경제학자, 중앙대 부총장), 그리고 여러 출판사 사장들과 친하게 되어 저녁이면 명동에서, 종로에서 술자리를 자주하게 되었던 겁니다.
  이렇게 해서 쓰였던 시였지만, 좀 교훈적이어서 보관하고 있다가 이 시집에 수록하기로 했던 겁니다. 요컨대 자기 인생을 갖고 자기 역사를 갖고 자기 꿈을 갖고, 자기를 살아라 하는 뜻이었습니다.
  자기 꿈을 살고, 꿈대로 자기 인생을 살고, 그것으로 엮어지는 자기 역사를 살고, 그 엮은 역사의 자기 존재의 기(旗)를 세우라는 것입니다.
  인생의 자기 존재의 영토를 살라고 하는 뜻이었습니다.
자기 흔적이 있는 인생을 살라는 뜻이었습니다. 자기 역사가 남는 인생을 살라는 것이었습니다. 뚜렷한 그 자기 존재를 명확하게, 명료하게, 살라는 뜻이었습니다.
  인생에서 자기 흔적이 없는 인생은 헛된 먼지라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그렇게 먼지로 산다는 것은 실로 허무한 것이지요. 인생을 사는 것 같이 살아야지요. 자기 생명답게 자기 존재, 그 개성을 살아야지요.
  인생이 허무한 것이라고들 하지만, 실로 자기 흔적, 자기 존재, 자기 역사를 남긴 사람은, 그것으로 충만한 허무를 산 사람이고, 그렇지 않고 아무것도 흔적이 없는 사람은 공허한 허무를 산 사람이 아니겠어요.
  이러한 충만한 허무를 살기 위해서 나는 부지런히 작품을 써 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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