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794호 (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흐른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1-07-31 14:57
조회수: 25
 
55 어느 하이웨이에서

아무리 소리친들
멍멍
고국은 멀다

마냥 70마일 시속
엔진이 떠서
보이지 않는 길머리
길머릴 넘어도
닿지 않는
방향

창 밖에 이동하는 정경은
분명 세상이지
인간이 살고 있는 세상이지
살다 가는 세상이지
이것이 바로
하며, 주위를 돌아다보면, 마냥 그 자리
둘둘
나는 홀로다

네바다 유타 콜로라도……
주명州名은 달라도 어쩌면 이렇게도 먼 나라
밤, 낮이
노상에서 식사를 한다

인간은 서로 떨어져 있는 것
서로 떨어진 자리
서로 가까이 다가가다 목숨 떨어지면
그뿐
그것을 산다

생각하면 사는 자 죽는 자의 풀밭
지구를 다 돌았구나
어렸을 때 아득하던 곳 다 돌았구나
자라서 버릴 것 버리고
철들은 지금 이 자리
이 노상
노상에서 나머지를 산다

1966년 6월 하이웨이
미시시피
강 건너 보이는
불빛

멍멍
떠난 자리는 멀다

                      시집 『가을은 남은 거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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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는 제 15시집 『가을은 남은 거에』에서 한 편을 뽑은 작품입니다. 가을이 점점 깊어지면, 나뭇잎들이 떨어져가면서 마지막으로 나무 꼭대기 가지에 잎새 한 잎이 노랗게 남아서 바람에 팔랑거립니다.
  이 마지막 남은 것이 가을 아닌가요, 하는 생각에 이러한 좀 모호한 제목으로 시집을 묶었습니다.
  이 무렵 나는 미국 뉴욕에서 열렸던 국제 P.E.N. 연차대회에 참석을 했습니다. 그 때 우리나라 여행사에 ‘99$ 99일’이라는 여행 쿠폰을 팔고 있었습니다. 99$을 내면 99일간 버스로 미국 전지역을 여행할 수가 있다는 표입니다. 나는 이 표를 사서 미국 전지역을 버스로 지상 여행을 하고 싶었던 겁니다.
  되도록 보다 인생을 많이 살기 위하여 몸을 가지고 이 눈에 보이는 자연의 세계를 보다 많이 여행을 한다는 소년 시절의 꿈과, 책을 통해서 이 눈에 보이지 않는 상상의 세계(영혼의 세계)를 보다 많이 여행을 한다는 역시 소년 시절의 꿈들을 실천하기 위해서 이 쿠폰을 사서, 샌프란시스코까지는 비행기로 날고, 그곳부터 줄곧 버스를 타고 우선 대회장이 있는 뉴욕까지 가고 대회가 끝나곤 줄곧 버스를 타고 미국 전역을, 동으로, 북으로, 남으로, 서부로 약 60일간을 그림을 그리면서 고생은 했지만 즐거운 지상 여행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시집엔 미국을 장소마다 그린 그림이 시와 더불어 들어 있습니다.
  이 시는 이 시에 나오는 장소를 지나가면서 평소에 품고 있었던 나의 인생철학 ‘인간은 떨어져 있는 외로운 단독자(單燭者)’라는 생각을 풀어 넣었던 겁니다. 동시에 소년 시절에 품었던 꿈, ‘보다 많이 인생을 살자, 몸으로 자연 세계를, 책으로 정신 세계를’ 하는 꿈을 전개시켰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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