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790호 (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흐른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1-07-16 17:16
조회수: 32
 
51 헛되고 헛된 것

전도자가 가로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사람이 해 아래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자기에게 무엇이 유익한고.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되 땅은 영원히 있도다. 해는 떴다가 지며 그 떴던 곳으로 빨리 돌아가고 바람은 남으로 불다가 북으로 돌이키며 이리 돌며 저리 돌아 불던 곳으로 돌아가고 모든 강물은 다 바다로 흐르되 바다를 채우지 못하며 어느 곳으로 흐르든지 그리로 연하여 흐르느니라. 만물의 피곤함을 사람이 말로 다 할 수 없나니 눈은 보아도 족함이 없고 귀는 들어도 차지 아니하는도다. 이미 있던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 이미 한 일을 후에 다시 할지라. 해 아래는 새것이 없나니 무엇을 가리켜 이르기를 보라. 이것이 새것이라 할 것이 있으랴. 우리 오래 전 세대에도 이미 있었느니라. 이전 세대를 기억함이 없으니 장래 세대도 그 후 세대가 기억함이 없으리라.
―「전도서」 제1장

헛되고 헛된 것이 생이라 하지만
실로 헛되고 헛된 것은
그렇게 생각을 하는 생각일 뿐

언젠가 너와 내가 강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물은 흘러감에
다신 못 온다 해도
강은 항상 그 자리
흐르고 있는 것

이 세상, 만물, 만사가
헛되고 헛된 것이라 할지만
생은 다만 자릴 바꿀 뿐
강물처럼 그저 한자리
‘있는' 것이다

너도 언젠가는 떠나고
나도 떠날
사람이지만
언젠가 너와 내가 갈이 한자리
강 마을 강가, 이야기하던 자리
실로 헛되고 헛되지 않는 것은
우리가 살아 ‘있는' 그 사실이다

해는 떴다 지며
떴던 곳으로 돌아가고
바람은 이리 돌며 저리 돌아
불던 곳으로 돌아감에
사람은 혼자서 살다가 가면
그뿐, 그 자리엔 없다 해도

실로 헛되고 헛된 것은
그렇게 생각을 하는 생각일 뿐

강물은 흐름에 마르지 않고
너와 내가 떠남에
실로 ’있었던‘ 것이다

언젠가 너와 내가 강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언젠가 너와 내가 강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시집 『쓸개 포도의 비가 (悲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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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쓸개포도의 비가(悲歌)』는 성서 중에서 구약에 나오는 말들을 중심으로 해서 100편의 시를 쓴 겁니다.
  1962년 겨울 방학에 나는 수안보 온천장 여관에 묵어가며 성서(구약, 신약)를 줄을 쳐가면서 통독을 했습니다. 그래서 구약 속에서 그때 내 고독감을 위안해 주는 말들을 뽑아 시를 썼던 겁니다.
  이 시를 만들게 한 구약의 말처럼 세상만사가 헛되고 헛되다는 사실이 나의 절대허무(絶對虛無) 사상과 맞아떨어져서 쉽게 시가 나와 버렸습니다.
  나는 삶 그 자체가 절대고독(絶對孤獨)이며 절대허무라는 생각으로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산다는 것은 실로 외로운 것입니다. 그것이 상대적인 외로움이 아니라, 이 세상에 나올 때부터 숙명적으로 타고 나온 것이어서 나는 그것을 절대고독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은 그 절대고독을 살다가 누구나 죽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그것을 절대허무라고 부르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인간은 피할 수 없는 이 절대고독과 절대허무를 살아가는 겁니다.
  사실 이 세상 헛되고 헛되지 않은 것이 어디 있습니까. 다만 헛되고 헛되지 않은 것이 있다면 ‘노력한 자기 존재', '자기 충만감’이라 할까요, 물론 그것도 헛된 것이지만.
  생각하고, 노력하고, 한세상을 자기대로 자기충실을 사는 것만이 헛되고 헛된 세상을 이겨내는 삶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마지막 그 절대허무인 죽음이 오더라도 ‘충만한 허무’로 자기 위안이 되리라고 나는 믿고 있는 겁니다. '쓸쓸한 허무’가 아니라.
  이러한 절대고독이나 절대허무를 이겨내는 힘은 ‘사랑’밖에 없다고 생각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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