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789호 (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흐른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1-07-16 17:15
조회수: 31
 
50 공존의 이유 ·12

깊이 사귀지 마세
작별이 잦은 우리들의 생애

가벼운 정도로
사귀세

악수가 서로 짐이 되면
작별을 하세

어려운 말로
이야기하지
않기로 하세

너만이라든지
우리들만이라든지
이것은 비밀일세라든지
같은 말들은
하지 않기로 하세

내가 너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나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어디메쯤 간다는 것을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작별이 올 때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사귀세

작별을 하며
작별을 하며
사세

작별이 오면
잊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악수를 하세.

                         시집 『공존의 이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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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끼리의 우정, 그곳에도 배신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특히 공명심이나, 출세욕이 강한 벗들에겐 이러한 성향이 많은 것을 알았습니다.
이 무렵 나는 아주 가까운 벗에게 심취되어 매일같이 술올 같이 마시러 다녔습니다. 그런데 어느덧 이 친구가 나의 영역을 어지럽게 침범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친구간의 정을 끊어 놓기도 하고.
어느 날 나는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술이 어지간이 나를 취하게 하고 있을 때 ‘너무 깊이 사귀었구나, 가볍게, 실로 담담하게 사귈 것을.’ 하는 생각이 들면서 서운하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한없이 외롭기도 하면서 다음과 같은 싯구절이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깊이 사귀지 마세 가벼운 정도로 사귀세’
이것을 토대로 해서 단숨에 이 시를 술을 마시면서 작성을 했습니다. 실로 변화무상한 이 세상에 믿을 것이 어디 있습니까. 변화하는 것을 믿는다는 것은 더 외로움을 초래할 뿐입니다.
내가 영원 하나만 믿고, 역사적인 변화, 사회적인 변화, 시대적인 현상에 관심을 갖지 않고, 변화하는 것들에 참여 의식을 갖지 않았던 것도 다 이러한 까닭이었고, 오로지 영원에서부터 영원으로 변하지 않는 생존의 본질, 존재의 주소에만 관심을 갖고 시작업을 해 온 것도 다 이러한 것에 있었던 겁니다. 변하지 않는 것, 존재, 그 자체가 나의 철학의 핵심이었고, 나의 시의 본질적 관심이었습니다. 변해 가는 생명으로 변하지 않는 영원을 찾아가는 이 외로움, 이것이 나의 숙명이며 나의 시의 운명입니다.
나에게 시론(詩論)이 있다면 ‘나의 목소리’를 찾는 일입니다. 나의 스타일대로, 나의 시질(詩質)대로, 나의 언어의 멋대로, 그 빛대로 나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것이 나의 시의 작업입니다. 변하는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나의 영혼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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