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788호 (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흐른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1-07-16 17:12
조회수: 21
 
49 솔개
   충북 어느 곳에서

하늘에 살고 싶어라
바람에
떠 있고 싶어라

날개에, 날개에
떠 있고 싶어라

바람이 쓸어 가는
하늘

인간보다 쓸쓸히
보이지 않는 곳에

눈물보다 씁쓸히
차가이, 하늘 깊은 곳에

외로움보다 쓸쓸히
바람에 쓸려
바람에 쓸려

날개처럼
떠 있고 싶어라.

                                   시집  『공존의 이유』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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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3년  6월에 나는 ‘구름은 발이 없다’, ‘공존(共存)의 이유(理由)’, ‘낮과 밤’, 이렇게 3부로 나눈 제11시집 『공존(共存)의 이유(理由)』를 출판했습니다.
  이 「솔개」라는 시는 제1부 ‘구름은 발이 없다’ 속에 들어 있는 시입니다.
  이 무렵 나는 음악을 전공한 참다운 크리스천인 L이라는 여인에게서 성서(聖書)를 받고 한 겨울 방학을 충청도 수안보 온천에 파묻혀 통독한 일이 있었습니다. 붉은 연필로 줄을 치면서. 이 붉은 줄을 친 대목은 그 다음에 출간한 시집 『쓸개포도의 비감(悲感)』으로 나타나지만.
  이 바이블을 통독하고 나는 청주로 나왔습니다. 청주로 나오는 길에 큰 고개가 있었습니다. 이 고개를 넘을 때 깊은 계곡으로 한 마리의 솔개가 날고 있었습니다. 유유히, 아주 자유롭게, 멋있게, 찬바람을 타고.
  그 유유히, 자유롭게 혼자서 멋있게, 찬바람 속을 날고 있는 솔개를 보고 나도 저렇게 살 수 있다면, 하는 선망의 정이 가슴속에서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이 선망의 정을 그대로, 그때의 나의 처지로 엮어 낸 것이 이런 시로 나타났습니다. 나는 이렇게 고독을 앓고 있었습니다. 고독은 나의 숙명인 줄 알면서도 순수한 욕망으로 하늘을 살고 싶었던 겁니다.
  언젠가 술집에서 만난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의 동양학 학자, 교수인 Dr. Vos가 수안보 온천이 좋더라는 말을 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가, 이러한 산속으로 피신을 했던 겁니다. 실연의 아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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