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의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712호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0-08-07 08:12
조회수: 43
 
시간과 시계


     자, 그럼
     하는 손을 짙은 안개가 잡는다
     넌 남으로 천리
     난 동으로 사십리
     산을 넘는
     저수지 마을
     삭지 않는 시간, 삭은 산천을 돈다.
     등은, 덴막의 여인처럼
     푸른 눈 긴 다리
     안개 속에 초초히
     떨어져 서 있고
     허허 들판
     작별을 하면
     말도 무용해진다.
     어느새 이곳
     자, 그럼
     넌 남으로 천리
     난 동으로 사십리

            - 「오산 인터체인지」

  생각하는 인간은 누구나 두 개의 고향을 가지고 있는 법이다. 하나는 자연의 고향이고, 또 하나는 영혼의 고향이다. 자연의 고향은 이 지구상의 지역적인 고향, 곧 자기가 난 고향이며, 영혼의 고향은 저 세상의 정신적인 고향, 곧 그곳으로 가려는 종교적인 고향이다. 나의 지역적인 고향은 경기도 안성군 양성면 난실리이다. 오산서 동쪽으로 40리 길이다. 그러나 나의 영혼의 고향은 아직도 미정이다. 그 미정의 고향을 향해서 부지런히 나를 시로 철학하고 있는 거다.
  그러나 이 시는 그 고향을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고향’은 소재로 썼을 뿐이다. 이 시의 주제는 이 소재 속에 숨어 있는 ‘시간’이다. 곧 ‘인간의 목숨’ 그것이다. 생명 = 시간 = 생명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인간의 수명은 무엇인가? 나는 먼 학교시절부터 이걸 생각해 왔다. 그건 곧 시간이라고.

            

이러한 적분방식으로 나의 수명을 생각해 왔다. (인간의 생애를 시간으로 적분한 것)
  다시 말해서 인간은 어느 한도 살다가 죽는다는 것이다. 저 세상으로 다시 이사를 가야 한다는 말이다. 각자 각자에게 배정된 시간을 살다가 떠나는 것이 인간이다.  나는 이렇게, 학생시절부터 죽음을 철학해 왔다. 다시 말해서 제한된 생명을 강하게 인식하고, 그걸 철학해 왔다. 그것이 나의 생애이며, 나의 시인 것이다.
  이 시간을 좌우하는 건 시계이다. 설계있게, 질서있게, 정확하게 진행시켜 주고 있는 건 시계이다. 때문에 우리 인간은 보다 정확하게, 보다 질서있게, 보다 설계있게, 보다 보람차게, 보다 만족하게, 보다 편안하게 살기 위해서 보다 정확하고 견고한 시계를 가져야 한다, 스스로가 스스로에 대한 보다 강렬한 신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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