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의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709호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0-06-25 08:00
조회수: 18
 
시간

  20대 청년시절부터 나는 생명에 대해서, 죽음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다. 인간의 생명은 시간의 함수이며, 그 시간의 함수라는 인생은 인간사 모든 것을 결국 시간으로 적분한 것에 지나지 않으며, 그 결과는 하나의 작은 관(棺)과 그 행적이라는 작은 먼지. 이러한 생각으로 나의 인생관을 길러왔다. 때문에 매사에 있어서 ‘죽음’이라는 이미지가 가시지 않았다.
  단적으로 말해서 나는 내 인생을 ‘죽음으로부터’ 시작을 했다. 죽음으로부터 출발하여 죽음으로 돌아가는 짧은 여정을 나는 나에게 배당된 시간 속에서 지금 살고 있다. 이러한 시를 쓴 기억이 있다.

     죽음으로 직행을 하고 있는 거다
     지하 5미터 그 자리로
     직행을 하고 있는 거다
                 - 시집 『밤의 이야기』에서

  이러한 사상은 오히려 현실에서 유리되어 가려는 나를 스스로 깊이 현실에 발 붙게 하려는 실존적 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또한 시간은 변하지 않는 거, 변하는 건 시간이 아니라 세상사 인간이라는 걸 생각해왔다.
  ‘세월은 유수같이 흐르고 ••••••’가 아니라 시간은 마냥 그 자리, 유수처럼 변화무상한 건 인간사 세상이라는 생각을 해왔다.  태고로부터 오늘날까지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건 오로지 시간뿐이다. 변한 건 인간이요, 시대요, 산천이요, 세상이다.
  이러한 변하지 않는 시간 속에서 우리 인간들은 그 변하는 인간을 살고 있는 거다. 변치 않는 우정, 변치 않는 애정, 변치 않는 신용, 변치 않는 행복, 변치 않는 명예, 변치 않는 영광, 변치 않는 부귀를 갈망하면서 그 변하는 인간사 허망한 갈망을 살고 있는 거다. 인간의 고독, 인간의 비애, 인간의 절망은 이러한 허망의 갈망을 기대하고 그 미숙한 철학에서 오는 거다.
  변하는 거에 목숨을 걸고 변하지 않길 열망하는 약한 인간의 숙명, 얼마나 애절한 인간현상인가. 언제부터였던가, 이러한 생각의 철학으로 그 비정(非情)의 인간거리(人間距離)를 아픔으로 살아온다.
  믿는다, 기원한다, 사랑한다, 아낀다, 버린다, 약속한다, •••••• 등등에 얽혀 있는 인간, 그 인간을 벗어나서 되도록이면 담담한 시간, 그 시간을 살려는 끊임없는 노력, 그러다가 목숨 떨어지면 그뿐, 그 아무렇지도 않은 순수 허무, 순수고독으로 귀의(歸依)하려는 마음의 자세, 그러나 나는 너무나 인간적이다. 때문에 나는 너무나 연한 인간의 가슴을 살아온다.
  시간은 허허한 바다, 흐르지도 변하지도 않는 영구불변의 바다, 그 바다 속에서 우리 인간은 얼마나 작은 허덕이는 물거품인가.
  이렇게 부정적인 철학을 깔아놓고 살아온다. 그 순수, 그 허무, 그 고독, 시간 속에 부침하는 그것들 하고 손을 잡으면서 그 변하는 인간을 살아온다. 이러한 생각들은 오히려 더 강하게 현실을 지탱하려는 내 목숨의 속셈인지도 모른다.
  시간은 마냥 그 자리
  변하는 건 인간사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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