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의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704호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0-05-29 14:27
조회수: 47
 
왜 시를 쓰는가, 보다 자유로운 인간을 위해서

  이미 이런 글은 여러 곳에 여러 번 쓴 걸로 생각되지만 한마디로 말해서 나는 외로운 시를 쓴다.
  이걸 좀 아는 채 해서 쓴다면 나는 나에게 주어진 순수고독(純粹孤獨)과 순수허무(純粹虛無)와 나에게 주어진 삶과 죽음과 공존하기 위해서 시를 쓴다.
  이렇게 해 온 것이 어언간 30년, 끊임없는 고독과 끊임없는 그 무상의 위안을 일관하면서 나는 나의 시로써 나의 내면의 길을 열어왔다. 열어가고 있다.
  영원도 항상 고독한 거 ! 그 무한대로.

     살기 위해서 시를 쓴다
     사랑하기 위해서 시를 쓴다
     죽기 위해서 시를 쓴다

     때론 쓰리게
     때론 아리게
     때론 축축히
     때론 멍멍히
     때론 줄줄이

     버리기 위해 시를 쓴다
     빈 자리가 되기 위해서 시를 쓴다
     혼자 있기 위해서 시를 쓴다

     아름다움의 외로움을
     사랑스러움의 쓸쓸함을     깨달음의 허멍함을
     연습하며
     실습하며

     비켜나기 위해서 시를 쓴다
     놓아 주기 위해서 시를 쓴다
     물러나기 위해서 시를 쓴다

     삶과 죽음, 그걸 같이 살기 위해서
     시를 쓴다
     소유와 포기, 그걸 살기 위해서
     시를 쓴다
     상봉과 작별, 그걸 살기 위해서
     시를 쓴다

     널 살기 위해서 시를 쓴다
              - 「어느 생애」

  이 작품의 내용대로 나는 8 • 15 해방 후 인생에 있어서 처음으로 부딪힌 나에게 있어선 가장 컸던 어느 인생에 대한 좌절(挫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시를 썼던 거다. 그 끝없는 고독 속에서 끝없는 위안을 찾으려 시를 썼던 것이다. 문학하기 위해서 시인이 되기 위해서 시를 시작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좌절과 고독 그 영혼의 상처를 아물리기 위해서 시라는 무상의 작업을 시작했던 거다.  그런대로 마음이 가라앉아 갔다. 시가 일종의 아픈 영혼의 진정제 구실을 해 주었던 거다. 시를 씀으로써 약간의 삶의 새싹을 느꼈던 거다. 아무리 외롭다 하더라도 시를 쓰는 장소만은 나의 빛 안에 있는 영토이며 내가 살 수 있는 곳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때문에 실로 많은 시들이 쏟아져 나왔다. 내가 고독하면 할수록 시가 쏟아져 나왔다. 나의 내면의 고독에 비례해서 시가 쏟아져 나왔다. 첫 시집 『버리고 싶은 유산』(1949년 7월)이 그것이었고 『하루만의 위안』(1950년 4월)이 그것이었다. 시를 배워서 시를 쓴 게 아니다. 시를 연습해서 시를 쓴 것이 아니다. 다만 중학교시절부터 많이 읽었던 시의 지식으로 자연히 그러한 형식이 말에 묻어나왔던 거다. 나는 중학교시절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시를 많이 읽었다.  토막 토막, 토막난 시간을 이용하는데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읽은 시로써 나는 많은 용기와 즐거움, 그 아름다움을 얻었었다. 이러한 지식으로 시가 자연히 나왔던 거다.
  지금 이러한 시를 쓰면서 근 30년, 이제 나는 나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나와 동시대의 오늘의 현대인들을 위해서 우리들의 존재를 위해서 보다 자유로운 인간을 위해서 시를 쓰고 있다. 시는 나의 말인 동시에 우리들의 말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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