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의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700호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0-05-04 09:50
조회수: 173
 
왜 사는가

   왜 사는가?
  이러한 문제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이건 마치 ‘인생이 무엇이냐?’하는 막연한 문제와도 같습니다.
  한마디로 이야기해서 ‘이 세상에 나왔으니 산다’ 혹은 ‘사니까 산다’ 이렇게 대답해 버리면 그만이기도 하겠지마는 이것은 너무도 무책임한 답변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 나에게 주어져 있는 생명을 보다 생명답게 영위하기 위해서는 살아가는 동안 깊이 생각해야 할 문제가 많습니다.
  나는 어려서부터 대단히 내성적인 성격이었으므로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었습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나에게 맞는 일은 무엇일까?’, ‘장차 나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정말로 사는 것일까?’ 등등 내 개인의 인생에 대해서 늘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에 뒷받침을 해 주기 위해 문학 작품을 읽고 철학 서적을 읽고 종교에 관한 많은 책들을 탐독했던 것입니다. 특히 나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다른 사람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으므로 역사에 남은 위대한 인물들의 전기 등을 많이 읽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속에 은연 중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은 그 끝이 있다는 것을 깊이 생각하면서 성장을 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들의 생명은 지상에서 영원한 것이 아니라 지극히 짧은 시간을 살다가는 것, 제한된 시간을 살다가는 것, 이러한 거창한 실존의식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언젠가는 떠나는 거다. 죽는 거다. 사라져 가는 거다.
  이러한 생각을 하면서 그러한 마지막 순간까지의 나 자신을 알차게 익혀 가려고 무던히 노력을 했습니다. 죽는다는 것, 그건 물론 허무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허무는 인간이면 누구나 지니고 있는 순수한 허무이며 순수한 고독인 까닭에 그 죽음은 당연한 거라고 깊이 생각을 했습니다. 때문에 죽음에 얽매이지 않고 마지막에 얽매이지 않으며 잘 살아야만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시간을 잘 이용해야 하겠다고 생각을 한 것입니다. 한 순간도 헛되지 않게 무엇인가를 끝없이 만들어 내고 그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면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깨끗이 써 나가야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다음 내가 세상을 마칠 때, 스스로가 그 순수한 허무를 이기고 그 순수한 고독을 이기고 마침내는 터럭만큼의 후회도 없이 죽음을 맞이하여야 하겠다고 하는 철학을 길러 왔습니다. 때문에 나는 죽음을 죽음으로 생각하지 않고,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이사를 가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을 해 왔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이 보이는 세상에서 저 보이지 않는 세상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다라고 그렇게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사를 가기 전에 많은 인생을 살아야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구보다도 많이 보고,
     누구보다도 많이 느끼고,
     누구보다도 많이 움직이고,
     누구보다도 많이 만드는 작업.

  이러한 것들로써 아예 생명을 충분히 써야 하겠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것이 내가 살아온 중심의 자세입니다.
  영국의 시인 S•스펜서의 시귀절을 나는 생각하면서 살아 왔습니다.
  사람은 태양에서 나와서 태양으로 돌아가는 짧은 여정을 사는데 불과한 거다. 그러나 위대한 인간은 그 짤막한 여정 동안 자기의 서명 하나를 던지고 간다.

  여기에서 서명이라는 것을 그 사람의 업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아무런 업적도 없이 산다는 것은 대단히 무서운 일이며, 대단히 허전한 일이며, 대단히 무의미한 것이라고 생각하였던 것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죽으면 그 뿐이고 조그마한 관 속에 들어감으로써 끝장이지만 무언가 흔적을 남긴 사람들은 육체를 버리고 영혼으로 영생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때문에 ‘왜 사는가?’하는 문제와 부합시켜 생각해 볼 때, 자기 스스로가 무언가 만족을 느끼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 이것이 바로 사는 보람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물론 이럭저럭 살아가는 것도 하나의 인생이겠지만, 그리고 자살을 하지 않으면 자연사(自然死)할 때까지 살게 마련이지마는 그렇게 살아가는 인생은 너무도 지루하고 초라한 게 아닌가 생각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기의 이념, 자기의 꿈, 자기가 원하는 하나의 가치체계를 향해서 부단히 고난을 뚫고, 많은 것을 인내하면서 굳세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인생다운 인생인 것이며 그와 함께 ‘왜 사는가?’하는 문제가 뜻하는 목적달성의 길도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학창시절, 뛰어난 과학자가 되려고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물리•화학을 전공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해방 후, 사상적인 혼란 속에서, 정치적인 혼란 속에서, 경제적인 혼란 속에서 그 꿈은 좌절되고, 대단히 외로운 세월을 방황했습니다. 많은 ‘혼자’를 살았습니다. 그 많은 혼자를 사는 동안 나는 나의 말을 하나하나 주워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이 바로 나의 시•문학의 출발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내가 처음부터 시•문학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닙니다. 단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길에서 그 시•문학이 나에게 가장 가까운 친구였을 뿐이었습니다. 따라서 시•문학을 동반하고 오늘날까지 걸어오면서 오히려 그것이 나다운 나를 사는데 있어서 가장 적합한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이 방면에 있어 충실히 나를 이끌어가는 것이 인생의 마지막 작업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옛날에 내가 나를 발견하고 나를 위안시키고 나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 많은 시와 문학작품을 읽은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 내가 문학을 하는 입장에서 젊은 연배, 나와 같이 인생을 생각하고 고민하고 방황하고 길을 찾는 번뇌의 젊은 후배들에게 옛날의 내가 찾던 그 위안과 용기를 주기 위하여 보다 많은 이 현대를 생각하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고독하다는 건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다.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건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다.
     삶이 남아 있다는 건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다.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건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널 가지고 있다는 거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해 보아도
     어린 시절의 마당보다 좁은
     이 세상
     인간의 자리
     부질없는 자리
     가리 울 곳 없는
     회오리 들판

     아, 고독하다는 건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요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건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요
     삶이 남아 있다는 건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요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건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널 가지고 있다는 거다.
                                 - 「고독하다는 건」

  이 시는 나의 내일, 그 미래에 감돌고 있는 아직도 내가 찾고 있는 그러한 꿈•욕망 이런 것을 추구하는 마음의 자세입니다. 이러한 항상 만족하지 못하는 정신 같은 것이 오히려 나를 더욱더 살찌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지금 너와 내가 있는
     이 시간은
     죽어간 사람들이 다하지 못한 그 시간이다.

     그리고 지금 너와 내가 살고 있는 이 오늘은
     죽어간 사람들이 다하지 못한 그 내일이다.

     아! 그리고 너와 나는
     너와 내가 다하지 못한 채 이 시간을 두고
     이 시간을 떠나야 하리
     그리고 너와 나는
     너와 내가 다하지 못한 채 이 오늘을 두고
     이 오늘을 떠나야 하리

     그리고 너와 나는
     너와 내가 아직도 보지 못한 채 이 내일을 두고
     이 내일을 떠나야 하리
                             - 「밤의 이야기 47」


  여기에서 ‘왜 사는가?’하는 문제는, 후회 없이 살기 위해서 인생의 모든 것을 열심히 산다고 이렇게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보다 정신적으로
     보다 영혼적으로
     보다 가치 있는 인생을 살다가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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