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의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697호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0-04-06 14:29
조회수: 141
 
인생 외박

  언제부터 이러한 피곤(疲困)한 생각이 내 작은 머리속에 자리를 잡고 있었는지 확실치 않으나 지금 생각을 해보니 비교적 어려서부터 이러한 외박관념에 사로잡혀서 실은 한 번도 어느 한곳에 정주한다든가 휴식한다든가 하는 생각이 없었고 지금도 없다. 따라서 나는 이 ‘보이는’ 세상에서 어느 한곳에 구체적인 거주지를 가져볼 생각이 없다. 그저 존재하고 있는 것 - 요즘말로 그저 실존하고 있는 것밖엔 아무런 생각도 없다.
  실존 그 자체 속에 임시로 거주하고 있는 것 - 실존하고 있을 뿐이다. 다시 말을 하면 항상 있는(존재) 세계에 살고(실존) 있으면서 실은 항상 없는(부재) 세계에 살고(허존) 있는 것. 항상 나에게 임시로 주어진(소여) 생명을 가득히 살고 있으면서 실은 항상 그 밖에 살고 있는 것. 항상 표상의 세계에 깊이 살고 있으면서 실은 항상 그 밖에 살고 있는 것. 항상 소유의 세계에 가까이 살고 있으면서 실은 항상 그 밖에 살고 있는 것. 항상 실재로서의 ‘나’를 절박하게 살고 있으면서 실은 항상 그 밖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인생외박 ! 항상 인생이라는 테두리 속에서 밀리며, 쫓기며, 댕기며 •••••• 둥둥 떠 살고는 있으나 실은 항상 임재속에서 가득히 견디고(인내)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구한 시간과 광막(廣漠)한 역사와 유상무상한 허허한 인생 존재 속에서 순간만이 나의 소재요, 판단만이 나의 소재 이유요, 행동만이 나의 소재증명(所在證明), 방일(放逸)과 회향(懷鄕) 귀의(歸依)에의 질서만이 나의 소재신고인 것이다. 나에겐 불행하게도 이 ‘보이는’ 세계는 인간들의 영구지 라곤 생각이 되지 않는다. 인간 각자 각자가 지닌바 영원한 고향을 찾아 돌아가는 ‘중도의 집’ ! 나는 이러한 내 ‘중도의 집’에 임재하면서 나의 내부로 외부로 가득히 떠도는 무수한 현상을 보며 느끼며 생각하며 항상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마침내 순간, 순간 나 스스로를 작별하는 거와 같이. 인생 사십 ! 나의 숙소는 항상 ‘밖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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