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의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696호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0-04-06 14:27
조회수: 127
 
자기 응시

     난 네 하늘에 뜬
     적요(寂廖)한 불꽃
     끝있는 목숨으로
     끝없는 널 탄다

     아 영원은 항상 고독한 거
     그곳에서 넌 구름이 된다.
                  - 「종달새」

  이 시는 1974년에 쓴 「종달새」라는 시의 전문이다. 오늘 아침은 영하 17도까지 내려갔다는, 올 들어 제일 추운 날이다. 그러나 이 종달새처럼 머지않아 아지랑이가 대지에 가물가물 눈부시게 곱게 피어 오를 봄이 오리.

     시간은 항상 한자리
     불변, 불멸
     영원하지만
     세월은 오고가는 거
     오고가는 세월 속에서
     인간은 변화무쌍
     그걸 살다 가는 거      
                 - 「어느 報告」의 일부

  이렇게 시작되는 시를 쓴 일이 있다. 실로 우리 인간은 이러한 변화무쌍(變化無雙)한 그 무상의 세계에 살고 있는 거. 그 영원한 무변(無變)의 시간 속에서 이 무상(無常)의 오늘을 살고 있는 거다. 우리는 ‘잠깐’인 이 오늘을 어떻게 살 것인가! 이러한 기본적인 철학은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 기본적인 철학을 세우기까지 실로 나는 많은 시간을 방황했다.
  우선 나는 도도히 흘러내리고 있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그 시대의 흐름 속에서,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서 노력을 했다. 자기 응시(自己凝視)를 배웠던 거다. 나의 존재, 나의 생존, 나의 본질, 나의 자리, 그걸 생각하고, 그걸 응시하고, 그걸 놓치지 않고, 그걸 추적하면서 살아왔다. 그 나를 살아왔던 거다. 오로지 나 스스로를 살아왔던 거다. 나는 나를 사는 걸 항상 생각하면서 그 독립을 살아왔던 거다. 때문에 어느 유행이나 시류를 따르지 않고, 어느 사조직에 타협하지 않고 더구나 어느 무엇에 이용당하는 걸 피하며, 멀리 그 혼자를 살아왔다.

     버릴 거 버리며 왔습니다.
     버려선 안 될 것까지 버리며 왔습니다.
     그리고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 「어느 자화상」

  이러한 지혜로 나는 나를 운영해 왔다. 그것이 좋은 결과를 나에게 가져왔는지 그렇지 않았는지는 모르겠다. 지금도 아직 나는 살고 있으니까. 그 결말을 쉽게 내릴 수는 없지만, 나는 그 생리로 나의 지금까지의 생애를 일관해왔다는 덴 아무런 후회도 없다.
  얼마나 많은 억센 인생 현상이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가. 그 어지러운 생존 경쟁의 도가니 속에서 우린 지금 살고 있는 거다.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나. 실로 많은 이 인간들, 이 인간의 홍수, 이 인간의 범람, 이걸 헤치며 살아야한다. 매일 매일의 신문에 넘치는 그 인간의 뜨거운 아우성, 그 목소리. 그리고 매일매일, 매초의 전파를 타고 귀로 들어오는 따갑고, 매서운, 그 송곳 끝 같은 인간의 목소리. 그리고 그 어지러운 TV 스크린의 영상, 그 광선들. 이 모든 것들은 우리 인간들을 살찌게 해주는 어느 것도 아니다. 모두 돈에 미쳐들 있는 거다. 장사에 미쳐들 있는 거다. 도덕이고, 권위고, 위신이고, 진리고, 신앙이고, 체면이고, 인격이고, 인간이고가 없이 모두 돈의 먼지들처럼 떠있는 게 아닌가 ••••••.
  이러한 사람의 홍수 돈의 범람 시대를 사는 우리 현대인들은 실로 외롭고, 비참하기 짝이 없다. 모든 것에 있어 인간적인 것은 모두 무너져가고 있는 거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며(견디어가며)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서(나를 살기위해서) 눈을 작게 뜨고, 귀를 좁게 막고, 머리를 고독한 영원에 두고, 세상을 덤덤하게 보내는 연습을 하고 있는 거다. 10분의 1의 눈으로 신문을 읽고, 10분의 1의 시선으로 나는 내 스스로를 응시하고 있는 거다.
    
△ 이전글: 조병화의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697호
▽ 다음글: 조병화의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695호
Copyright 1999-2020 Zeroboard / skin by enF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