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의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695호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0-04-06 14:26
조회수: 133
 
우리들의 동지

  아득한 옛날이다. 아마 중학교 때 일이라 생각이 든다. 흑백영화 ⟨우리들의 동지⟩라는 프랑스 영화를 당국 몰래 본 일이 있다. 장 갸방이 주인공이다. 지금도 나는 이 영화배우를 좋아하지만 중학교 시절부터 나는 이 배우의 영화를 좋아해 왔다. 그 인상적인 인간미, 그리고 그 사건, 그리고 처리, 그리고 인간이기 때문에 겪는 그 비극, 그리고 그 종말, 이러한 것들을 운영해 나가는 그의 연기에 거의 반할 정도였다. 그의 영화엔 반드시 살인이 따른다. 그리고 경찰이 따른다. 그리고 감옥이 따른다. 그리고 탈옥 아니면 희망 없는 끝없는 도망이 따른다. 배신과 인간, 정의와 의리, 인생과 사랑, 약자와 동정, 인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이러한 것들이 소재와 테마가 되어 관객으로 하여금 깊은 인간미를 맛보게 해준다. ⟨우리들의 동지⟩도 그러한 영화다. 한 20명 가량의 가난한 남녀 그룹이 있었다.
  
  그들은 찢어지게 가난하면서도 즐거운 인간 동지들이었다. 그 두목은 장 갸방. 그러나 뜻하지 않게 어느 날 막대한 거액이 유산으로 장 갸방에게 굴러든다. 그 기쁨과 놀라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두목 장 갸방은 그 돈으로 우선 20명의 동지들에게 양복, 구두, 모자 등을 새로 갈아입히고, 굶주렸던 배를 흡족하게 채워 준다. 그리고 평생 20명이 같이 즐겁게 살 수 있는 방안을 궁리해 낸다. 유원지를 만들고, 호텔을 세우고, 레스토랑을 만들고 그 곳에서 20명은 이탈자 하나 없이 같이 살기로 낙찰을 본다. 그리하여 그 꿈을 착수한다. 그러나 하나하나 떠나는 자가 생긴다. 어떤 친구는 어머니 곁으로 어떤 친구는 애인 곁으로 어떤 친구는 고향이 그리워, 그러나 장 갸방은 다시 돌아오길 약속하고 거액의 여비와 용돈을 주어 보낸다.
  마지막 무렵엔 4명이 남는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한 명이 또 이탈을 한다. 셋이 남는다. 준공을 앞두고 또 한 명이 공사 중 지붕에서 떨어져 죽는다. 두 명이 남는다. 이 절친한 두 명 사이에 한 여인 때문에 권총 사건이 벌어진다. 한 명이 남는다. 장 갸방이다. 호텔, 레스토랑 개업 전날이다. 이튼 날 많은 종업원과 많은 손님이 모여드는 화려한 장소에서 그는 경찰이 내미는 쇠고랑을 찬다. 이리하여 그가 그렇게도 아끼던 20명 동지의 인생극은 끝이 난다.
  나는 내가 놓여 있는 우리 현실 사회에서 깨지는 장 갸방의 꿈을 실감할 때가 많다. 인간은 결국 각기 자기를 살다 가는 거니까, 하면서 기대와는 어긋나게 혼자 남는 나를 내가 잡아들일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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