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의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688호 백스물한번째 서신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0-02-03 10:29
조회수: 163
 


  오늘로 요란 찬란하던 꽃의 계절 사월도 마감하고 내일이면 오월이옵니다. 오늘 원남동 원불교 법당에서 아내의 사십구제, 그 종제식(終齊式)이 오전 열시 반에 있었습니다.
  나는 사십구제라는 말을 들은 일은 있었지만, 그 사십구제 마지막 날이 종제식이라는 말은 처음 들었습니다. 장중한 영전, 그 자리에서 뉴욕에서 온 외손녀 윤희정이가 마침 나온 나의 마흔일곱 번째 시집 『먼 약속』에서 「그곳」을 읽어 주었습니다.


     그곳은 찾아갈 수 없는 곳이어서
     서로 만날 수 없다 해도
     그리 섭섭해 하지 마십시오
     그저 서로 마음과 마음에서 만납시다

     지금 당신이 있는 그곳은
     내가 찾아갈 수 없는 곳이어서
     서로 만날 수 없다 해도
     그리 서운해 하지 마십시오
     그저 서로 마음과 마음에서 만납시다

     그곳은 내가 갈 수 없는 곳이어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이 마음
     서로 간절하다 하더라도
     그리 매정하다 하지 마십시오
     그저 마음과 마음에서 만납시다

     당신이 있는 그곳은
     내가 갈 수 없는 곳이어서
     서로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다 해도
     몰인정하다고 나무라지 마십시오

     아, 그저 마음과 마음에서 만납시다.


  그리고 마지막 이별 고사를 막내 영(泳)이 구슬프게 읽어서 많은 사람들을 올렸습니다. 나도 어쩔 수 없이 이번 마흔일곱번째 시집 『먼 약속』은 ‘먼저 간 아내 김준(金埈)에게’ 이렇게 헌사가 묻혀있는 시집이옵니다. 그리고 진명여고 시절 지리선생 정갑(鄭甲) 씨가 지어 주셨다는 호가 시영(詩影)이어서, 그것도 기념하기 위해서 이렇게 마지막 이별을 아내하고 했습니다.
  꺼림칙한 마음 하나 없이.
    
△ 이전글: 조병화의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689호 백스물두번째 서신
▽ 다음글: 조병화의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687호 백스무번째 서신
Copyright 1999-2020 Zeroboard / skin by enF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