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의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685호 백열여덟번째 서신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0-01-03 16:35
조회수: 149
 


  그렇게 오래 암으로 입원 생활을 하던 아내가 구십팔년 삼월 삼십일 영시 오십분에 영면을 했습니다. 실로 오 년 간 입원하다가 퇴원하다가, 작년부터 쭉 강남 삼성의료원 입원실에서 입원하면서, 그 고통을 견디면서 원불교 원남교당에서 천도제를 올리던 중, 오 일째 지내다가 저 세상으로 떠났습니다. 일흔여섯에.
  이러한 것을 보면 신(神) 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귀신(鬼神)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하여간 남에게 해로운 짓을 하면 죽을 때 고생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례식은 삼월 십오일 오전 일곱시 영안실에서 치르고 하관식은 난실리 어머님 묘소 옆 자리, 내가 정한 자리에서 오전 열한시에 치렀습니다.
  마침 봄이 풀려나는 계절이어서 맑고 밝은 따뜻한 날씨에 실로 많은 조객들에 둘러싸여 마을 사람들의 친절한 협조로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사람의 일생이 이러한 거지만, 아내는 열심히 살았고, 나와는 많이도 다투었지만, 많은 불교적 공을 쌓았습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신기하게도 뒷산에 산불이 일어나서, 이것도 보통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면서, 다음과 같은 시상이 떠올랐습니다.


     실로 인생 한동안이
     수억 년의 인연 순간의 만남이로다

     수억 년의 인연으로 순간의 만남을
     서로 섞어오면서
     매사가 무상(無常)

     금심과 걱정, 불안에 엉켜
     한시도 자유로울 수가 없는 그 운명
     그 운명이 또한 수억 년이 인연이로다

     순간의 만남, 순간의 이별
     아, 인생이려니.

                                     「억년의 인연, 순간의 만남」

  구십팔년 삼월 십오일, 아내의 장례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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