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의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681호 백열세번째 서신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9-11-28 13:59
조회수: 5
 
  오늘이 구십팔년 입춘(立春)이옵니다. 강원도 지방은 대설 예보가 내리고, 전국에 눈이 내린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시 따뜻한 겨울의 끝머리이옵니다.
  일전에 내가 흠모하고 있는 분이 “조 선생, 묘비로 어느 시를 선택하겠습니까?” 하길래 “내 모든 시가 내 묘비명이 아니겠습니까?” 하자, “그러지 말고 내가 기억하고 있는 터이니 하나 골라 보십시오.” 다시 말씀하시길래 “그럼 수일 내로 알려 드리지요” 하고 헤어진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한 끝에 다시 다음과 같은 시를 나의 묘비명으로 써 보았습니다.

     이제 어머님 심부름 다 마치고
     어머님께 돌아왔습니다.

                                  「귀향」

  나는 평소 이 세상에 나온 것이 어머님이 무슨 심부름을 보내신 것 같은 생각으로 인생을 지금까지 살며, 아직도 그 어머님 심부름을 다 마치지 못했으니까 아직도 살고 있다는 생각으로 그 남은 심부름이 무엇일까, 하고 살아가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학력이나 경력이나, 하는 내 모든 인생이 그저 어머님이 시킨 그 심부름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겁니다. 예를 들면 당신에게 이렇게 무상의 편지를 쓰고 있는 것도, 내 운명이 모두 어머님이 주신 그 숨은 심부름이지요.  지난 일월 삼십일 열두시, 국회의사당 내에 있는 귀빈 식당에서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께서 예술인들에게 점심을 주셨습니다.
  예술인들이라 해서 가 보았더니, 방송국 텔레비전에 자주 얼굴이 나오는 연예인들이 많았습니다. 이만큼 시대는 대중을 향해서 급히 흘러내리고 있는 거지요.
  대중과 순수, 현실과 이상, 큰 갈등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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