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의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674호 백여섯번째 서신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9-10-17 18:10
조회수: 12
 


     마라톤 선수는
     먼 길을 혼자 뛰면서
     그 종점이 정확하게 보여서
     안심과 기쁨으로 견디지만

     우리 인생에는
     종점은 있어도 그것이 어디메쯤인지
     확실하게 보이질 않아서
     꺼져 가는 아내의 숨소리를
     불안과 초조로 듣고 있는 이 황혼

     아, 어머님,     하늘이 너무나 멉니다.

                                 「황혼에 서서」
                                   -1997.12.3.
  이러한 부질없는 시가 부질없이 나왔습니다. 죽음이 퇴원이라고 각오하고 있지만, 참으로 암담한 마음으로 요즘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젠 참으로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국내가 IMF 파동으로 대혼란이 일어나고 있고, 정치계에선 막바지 대선 선거로 어수선하고, 모두가 스산한 기분이옵니다.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나날이지만, 그곳 당신과 그 이웃들은 어떻게 지내고 게십니까.
  우리들은 ‘돈’하고 무관한 존재로 살아왔지만, 얼마 되지 않는 예금으로 살아가는 형편에서는 이것도 또한 불안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세상사는 것이 다 불안이요, 초조요, 근심이지만 더욱이 세상을 감각으로만 살아가고 있는 우리 문인들, 특히 시인들에게는 한도 없이 불안하고 초조하고 안심이 되지 않는 생존입니다.  차라리 목석으로 살아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럴 수도 없고, 시인이 된 것이 이렇게 공포일 수가 없습니다.
  글이 인생에 있어서 용기가 되고 위안이 되고 즐거움이 되고 건전한 생의 활력이 되어야 하지만, 나의 글은 독자들에게 오히려 우울을 주는 문학 같기도 합니다. 그런 것이 아닌데.
  그럼 또. 안녕들하시길.
    
△ 이전글: 조병화의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675호 백일곱번째 서신
▽ 다음글: 조병화의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673호 백다섯번째 서신
Copyright 1999-2019 Zeroboard / skin by enF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