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의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673호 백다섯번째 서신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9-10-02 09:33
조회수: 13
 

  나의 성격은 너무나 직설적이고 급하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하는 데 좀 불편한 점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나는 이러한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남을 잘 믿고, 신용을 합니다. 그래서 일단 믿은 사람, 신용을 하는 사람이 시간을 지키지 않는다든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든지, 하면 여간 화가 나는 것이 아니어서 금세 안색이 변하고 목소리가 커지곤 합니다.
  이렇게 안색이 변하고, 목소리가 변하고 하는 것은 이 나이게 좀 체면이 깎이는 일인데도 내 성격을 고칠 수가 없습니다. 고쳐지지도 않고, 이렇게 내가 제일 분노하는 것은 어물어물하는 것이며,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것이며,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옵니다.
  이렇기 때문에 나는 이 나라, 나의 조국을 살아가지만, 여간 인내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나라는 정확하게 살려는 나의 성격에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직하게 살려는 나의 성미에 어긋나기 때문이옵니다.
  시간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나의 인생에 지장이 오기 때문이옵니다.
  사실, 지금 이만큼이라도 내가 내 인생에 성공도를 느끼면서 그런대로 만족을 하며 살아가는 것도 이러한 시간관념으로 살아왔기 때문이요, 책임감 있게 살아왔기 때문이요, 신용 있게 살아왔기 때문이옵니다.
  다시 말하면 시간을 나의 생애로, 시용을 나의 인격으로, 약속을 나의 생활신조로 살아왔기 때문이옵니다.
  이러한 급한 성미로, 곧은 인생관으로, 직설적인 성격으로 살아오면서 어찌 충돌이 없었겠습니까.
  특히 지금 죽어가는 아내와는 이러한 성격 때문에 참으로 많이 많이 다투며, 싸우며, 인내하며, 지며, 물러나며, 피하며, 지금까지 살아왔던 겁니다.
  내가 이렇게나마 내 인생을 젊게 살아가고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이러한 나의 성격에 원인이 있는 것 갔습니다.
  슬프게도 너무나 정확하게.
  그럼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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