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의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658호 여든여섯번째 서신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9-06-18 08:16
조회수: 12
 
  팔원 사일, 부산시에서 마련하고 부산문인협회가 진행하는 부산 바다축제 문학행사에 내려갔다가 비가 억수같이 내려서 기차도 연착하고 행사도 취소가 되어, 부산일보 사람이며 부산문인협회 회장인 김상훈 시인하고 밤새 술만 마시고 오일 아침 차로 돌아왔습니다.
  이 술자리에는 허영자 시인, 부산문인협회 사무국장 박홍배 교수, 그리고 두 사람의 부산 여류 시인이 있었습니다.
  부산은 내려갈 때마다 김상훈 시인께서 너무 너무나 대접을 푸짐히 잘해 주기 때문에 그 정에 끌려 과음하기도 하지만 너무너무 신세를 진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술이란 이러한 것이어서 마음이 통하는 사람하고 마실 때에는, 자기 나이도 잃고 자기 건강도 잃고 술에 취하고 정에 취하고 인생에 취하고 눈물에 취해 버립니다.
  네 인생, 그 긴 일생이 그러했습니다. 이것도 하나의 병이겠지요. 이 또한 인생이겠지요. 진실한 인생이겠지요.
  요즘에는 이러한 정(情)도 여간해서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저 현실적이어서,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매사 인생이 사무적으로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나는 요즘 아내가 자주 병원에 입원하다가 퇴원하고, 퇴원하다간 또 입원하는 암 투쟁의 형편이어서 항상 죽음을 곁에 두고 사는 것 같습니다. 여행을 해도 근심, 근심, 근심으로 오고 가곤 합니다.
  죽음을 항상 경험하면서, 이별을 많이도 연습하면서 시도 많이 써 왔지만, 죽음을 직접 눈앞에 놓고 보니 근심과 공포, 그 불안이 이만저만하지 않습니다.
  결국 인생은 죽음으로 끝난다 하지만 그 죽음이 길게 길게 고통으로 이어지면서 쉽사리 그 끝장을 내지 않다면, 죽어 가는 사람이나, 그것을 곁에서 간병을 하고 있는 사람이나, 그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비극이옵니다.
  아, 이것도 나의 운명이겠지요.
  그럼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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