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의 편운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629호 쉰여섯번째 서신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8-11-20 08:46
조회수: 7
 
쉰여섯번째 서신


  그 동안 안녕들 하셨습니까. 가을이 벌써 초겨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무수한 낙엽을 밟으면서 작업실로 왔습니다.
  작업실에 들어서 매일 아침에 하듯이 난로에 불을 붙이고 커피 물을 끓이고, 조 기사 출근을 기다리면서 조간신문을 읽었습니다.
  아침 출입문을 열면 조선일보와 문화일보가 문틈으로 들어와 있지요. 이것이 매일, 아침을 여는 나의 하루 출발점입니다.
  대충 한 주일에 한두 번씩 고맙게도 이곳 내 작업실까지 찾아주는 김삼주 박사도 있고 해서 그럭저럭 심심치 않게 인생을 이겨 나가고 있습니다.
  문득 이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인생을 잘 살았다면 시간을 잘 살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입니다. 정말 내가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았다면, 항상 시간을 미리 앞서서 준비된 마음으로, 남는 시간에 대한 여유를 가지고 살았기 때문이지요.
  항상 약속된 시간보다도 두세 시간, 적어도 한 시간은 앞서서 그 자리에 나가는 것이 나의 습관입니다.
  이러한 시간을 기다리는 마음의 준비, 그 여유를 가지고 살아왔던 겁니다. 그렇게 해야 안심이 되니까요. 시간의 여유에서 정신의 여유를 얻고, 정신의 여유에서 창작의 여유를 얻고, 이 창작의 여유에서 인생의 여유를 얻곤 했습니다.
  마음은 언제나 초조하면서도 이 마음의 초조감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 이렇게 시간의 여유를 항상 만들면서 살아가는 겁니다. 약속을 한다든지, 기획을 하면, 이러한 곳에 성공한 인생이 있는지도 모르지요. 내가 진짜로 성공을 했다면 말입니다.
  시간은 나의 인생, 그 중에서도 내가 만들어 내는 시간 속에서 나는 항상 여유를 가지고 살아왔던 겁니다.
  어려운 말이 되어 버렸고, 나의 자랑 같기도 해서 쑥스럽습니다.
  다만 이러한 사람도 세상에는 있다는 거지요.
  항상 뜻있는 기쁨을 살아가시길.
  그럼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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