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095호 (『떠난세월 떠난사람』)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4-06-17 15:35
조회수: 100
 
낭만시절과 그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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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방·임영방·김수영·박인환·김소운·김광주·송지영·최영해·권영숙·신상주·원응수·정하룡·
박창해·김동욱·이가원·양주동·오화섭·이군철·이헌구·이해창·이석곤·방용구·이태극·이진구·
김진섭·박노식·박노춘·남광우·김민수·양재연·이동림·김기동·이근삼·박은수·김붕구·전광용·
정한모·정한숙·박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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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시내로 들어오면 우선 이곳에 들른다. 그러면 이미 먼저와 있는 친구들도 있고, 한잔 두잔 하는 동안에 자연히 모여들어 또 하루의 이야기들이 오고 가게 되고, 이 대학 저 대학, 이곳저곳 소식들이 교환되고, 세상이 움직여가는 것들을 서로 알게 된다. 이 무렵 나는 문단보다도 대학교수들하고 술좌석을 같이할 때가 많아졌다. 모르던 사람도 같이 앉게 되면 구면이 되곤 했다. 그러니까 ‘낭만’에 모이는 사람들은 다 알게 되곤 했다. 학자고, 문인이고, 언론인이고, 예술가이고, 누구이고 할 거 없이 같이 한잔하면 다 가까운 친구가 되고, 인생대학의 동창생이 되는 거다.
이렇게 한참 교수들하고 술을 마시고 있을 때 문간에서부터 “병화!"하고 고함치는 건 김수영(金洙瑛) 시인이었다. 이 고함소리에 번번이 장내의 손님들이 놀라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여기다, 여기.” 하고 그에게 신호를 보내고, 담당 아가씨에게 가서 안내하라고 한다. 이미 한잔한 그는 내 곁에 앉자마자 “한잔 다오, 난 쐬주를 마시고 왔단 말이야, 너는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항상 찌푸린 얼굴, 같은 말투였다. 나는 속으론 그 말이 듣기 싫었지만 같은 좌석의 교수들에게 번번이 그를 소개하면서 기분 조정을 하곤 했다.
박인환·김수영, 가장 내가 좋아하는 시인이 아니었던가. 박인환은 이미 세상을 뜨고, 남은 김수영, 그는 항상 나를 이렇게 “너는 맥주를 마시고, 나는 쐬주를 마신다.”라는 말버릇으로 비꼬곤 했다. 다른 것은 다 좋으나 이러한 비꼬는 말투에 나의 성미도 견디기 어려웠으나 그냥 술을 권하며 넘겨버리곤 했다. 하도 이러한 저녁이 많아서 아예 술좌석을 비어홀 출입문 가까운 곳에 잡곤 했다. 고함을 질러도 바로 “여기다.” 하고 앉힐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무렵, 어느 날이었던가. 그가 자동차 사고로 세상떴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마포 구수동에 있던 그의 집을 찾아 갔다. 대문에 들어서자 그 넓은 마당, 그리고 그 정돈된 집, 그리고 텔레비전이 놓여 있는 대청마루, 그리고 아늑한 분위기에 나는 우선 나의 착각을 의심했다. 그때 나에겐 텔레비전도 없는 형편이었으니까.
문상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다음과 같은 조시를 써서 서울신문에 보냈다. 그는 왜, 나를 볼 때마다 “너는 맥주를 마시고, 나는 쐬주를 마신다.”라고 했을까, 더 친할 수도 있는 처지에 서로 있으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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