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091호 (『떠난세월 떠난사람』)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4-06-04 14:54
조회수: 96
 
모윤숙毛允淑씨와 그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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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윤숙·변영로·김광섭·김광주·이헌구·이무영·백철·조중훈·전혜린·주요섭·김성한·
조경희·전숙희·박태진·피터현·전봉래·김창석·최영해·천성환·최자현·조병문·박양균·
양주동·안수길·이하윤·최정희·전광용·김종문·이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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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참으로 모윤숙씨는 술을 많이 사주었었다. 나뿐만 아니라 주위에 있던 PEN회원들에게, 지금 이 순간 머리에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있다. 1978년인가 호주 시드니 PEN대회에 참석했을 때 서로들 잘 아는 남녀간의 이상한 영화를 같이 보고 나와서 한잔하던 일, 그날 저녁에도 크게 모윤숙씨는 술을 샀다. 큰 잔을 나하고 주고받으며, 국내에서도 어려운 것을, 해외에서 술을 산다는 건 더구나 어려운 일이었지만, 모윤숙씨는 그렇게 도량넓은 분이었다. 국제 PEN 무대에서도 당당한 풍채였다. 남자 선배들이 도저히 해내지 못하는 걸 모윤숙씨가 해내는 걸 여러 차례 나는 목격한 일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나라에 돌아와선 자기들의 공인양 자기를 내세운 우리 나라 문인들의 풍경들.
자양동에 있던 모윤숙씨의 느티나무집에도 자주 초대를 받았었다. 모이는 인사들이 거의가 PEN회원들이었지만, 간혹 장안의 모모 인사들이 끼어 있을 때도 있었다. 참으로 느티나무가 좋았다. 몇백 년은 실히 될 그러한 수령의 나무였다. 지금도 그대로 있을는지, 주인이 바뀌었지만, 잔디도 좋았다. 방 안의 화이어 프레스도 좋았다. 그리고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마음놓고 마시던 술이 좋았다. 그리고 술먹고 한담, 방담하는 그 대화들이 좋았다. 술에 취해서 곱게 뽑아 올리던 노래들이 좋았다. 밤늦게까지 예술인들에 젖어 흐르던 시간들이 좋았다. 이런 것들을 어느 선배가 한번 해주었던가. 오히려 시기는 할망정.
이런 시절도 다 가버린 거 같다. 모윤숙씨도 오랜 세월을 투병하다 타계했고, 이런 주석에 자주 섞여서 즐겁게 술을 같이 하던 최정희씨도 먼저 떠나갔고, 변영로·이헌구·양주동, 김광섭·백철·이하윤·이무영 제씨들, PEN의 제1세대들이 모조리 타계하여 고요하기만 하다. 고요하기만 하다라기보다도 적막하기만 하다.
우리 한국PEN은 전숙희 회장만 제외하곤 제3세대로 접어들어, 1988년 8월 말부터 제52차 국제PEN대회를 서울에서 치르게 되었다. 전숙희 회장, 그리고 조경희씨, 전광용씨(작고), 김종문씨(작고), 이영순씨 그리고 나 등, 이렇게를 한국PEN 제2세대로 본다면.
여기서 한마디 말할 것이 있다. 국제PEN은 이름 그대로 국제적인 단체이다. 우리 한국만의 문인단체가 아니다. 그러하기 때문에 회원들은 각자 국제성을 인식하여야 한다. 이제 해외여행도 자유화되어 있기 때문에 좀 더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고 PEN을 생각할 때가 온 거다. 국제적인 문인의 한 사람, 그 단체의 한사람, 이렇게 자기 스스로를 생각할 때, 자기의 행동이 어디에 걸려 있는가를 한 번쯤 되돌아볼 필 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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