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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080호 (『떠난세월 떠난사람』)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4-04-26 11:07
조회수: 177
 
이해랑씨와 그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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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랑·성춘복·김광주·박동근·한노단·이인범·유치진·김진수·오영진·임긍재·박연희·
이진섭·윤용하·조영암·박인환·조좌호·조영식·방용구·백성희·황정순·오사랑·장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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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랑씨 하면 극단 신협이지만 신협 멤버가 아니면서 먼저 떠오른 사람들이 있다. 김광주씨, 박동근(연출가, 작고)씨, 한노단(韓路檀)씨.
한노단씨는 일본 와세다 대학 영문과 출신이며 본명은 한효동(韓孝東), 대학에서 영문학을 교수하고 있었다. 특히 셰익스피어가 그의 주 전공이었다. 1912년생이니까 나보다는 훨씬 나이가 위였지만 항상 청년학생 기분으로 늘 술좌석에서 좌장 노릇을 했다.
내가 처음 한노단씨를 소개받은 것은 명동 술집에서였다. 김광주씨, 이해랑씨, 박동근씨, 이인범씨, 이 자리에 한노단씨가 있었다. 그는 굵은 안경을 걸고 있었다. 얼굴이 둥글었다. 나이에 비해서 아주 젊게 보였다. 그는 그리 말이 없었다. 시종 말을 적게 하면서 술을 쉬지 않 고 받아넘겼다.
마침 그때 그 저녁이 김광주 번역 중국의 극작가 조우(曺禺)의 출세작 「뇌우雷雨」를 신협이 시민회관에서 첫 막을 올리고 난 첫날이었다. 첫날부터 대단한 인파였다.
조우는 1910년에 중국 호북성에서 출생, 천진 남개중학을 거쳐 북경의 명문교 청화대학(清華大學)에서 그리스 비극을 전공, 4막의 처녀작 「뇌우」를 잡지 󰡔문학계간󰡕에 발표하여(1934) 일약 유명해진 작가로 현재에도 생존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입센(Henrik Johan Ibsen. 1828~1906, 노르웨이의 극작가)이라고도 한다는 중국의 대극작가.
한노단씨는 해방 전엔 고창중학, 황해도 재령에 있는 명신고녀에서 영어 선생을 하다가 해방 후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서 영문학 교수로 있다가 한국전쟁 피난지인 부산에서 동아대학교 부산대학교에서 역시 영문학 교수로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교수티가 전연 나지 않는 야인이며 연극쟁이 냄새가 짙은 보헤미안 스타일의 문사였다.
그러니까 내가 처음으로 주석에서 같이 한 그룹이 되어 술잔을 돌렸을 땐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 출강을 하고 있을 때였다.
신협이 한창 연극운동의 중심으로 판을 치고 있었던 동안, 우리는 매일 밤 연극에 관한 이야길 하며, 흥겹게 무대예술에 젖어 술을 돌렸었다. 참으로 많은 공부가 되었었다. 특히 열을 올리며 연극 이야길 하는 이해랑씨에게 홀딱 반했었다. 이해랑씨에겐 유치진(柳致眞, 1905~74)씨가 절대적 존재였다. 같은 릿쿄(立教) 대학(일본 도쿄에 있는 기독교 계통의 대학) 출신으로 김진수(金鎭壽)씨가 있었지만 오로지 유치진 선생만이 연극을 아는 극작가라는 것이다. 유치진·이해랑, 신협관계로 극작가 오영진(吳泳鎭, 1916~74)씨도 이 무렵 알게 되었다. 오영진씨는 경성제국대학을 나온 수재였으며 「맹진사댁孟進士宅 경사慶事」라는 희곡으로 너무나 유명했다. 그러나 유치진씨나 오영진씨는 술을 하지 않아 술좌석에 같이 자주는 동석을 하지 않았다.
이 무렵 나는 연극을 많이 보게 되었다. 유치진씨의 「원술랑元述郞」이니 오영진씨의 「맹진사댁 경사」니, 신협이 공연하는 것들은 거의 다 구경을 했다. 그런고로 수많은 신협 단원들과도 술좌석을 같이 하면서 그들의 연극생활을 엿볼 수가 있었다. 그리고 한노단씨의 번역으로 역시 신협에서 막을 올렸던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니, 「햄릿」이니, 「리어왕」이니, 「맥베드」니 하는 것들도 이 무렵 구경한 거로 기억한다. 심지어는 「말괄량이 길들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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