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078호 (『떠난세월 떠난사람』)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4-04-20 09:09
조회수: 165
 
최영해崔暎海씨와 그 주변 1
-----------------------------------------------------------------------------
김광주·박인환·이진섭·유호·이해랑·유두연·,·윤용하·한노단·이봉구·김수영·김영주·이순재·
이명은·조경희·이인범·조애실·조영암·박연희·김양수·김성민·장만영·이경성·권영숙·
방용구·최완복·이석곤·이병일·한창우·오종식·박계주·최호진·서임수·김내성·정한숙·임인규
-----------------------------------------------------------------------------
최영해씨는 근 10년간을 당뇨병으로 고통을 겪었었다. 그렇게 좋아하던 낚시도 사냥도 못하고 입원생활을 종종 했다. 그럴 무렵 나에게 던져준 한 엽서 내용은 이러했다.

살고 싶은 대로 살 수 없었고, 쓰고 싶은 대로 쓸 수 없었던 그 사람은, 지금 힘마저 지쳐, 낚대는 손주에게 주기로 약속. 줄 그어 읽을 자리 비 쳐주는 벗 있어 한 가닥 구름 되어 언제고 큰 구름에 업혀 비나 되겠소. 1977. 10. 6. 최영해.

그러다가 1981년 10월 28일, 그렇게 효도가 지극했던 그는 광릉 부근에 있는 그의 부모님 곁으로 떠나갔다. 그의 영결식에서 나는 다음과 같은 추도시를 읽었다.

1981년 10월 28일 날짜
석간신문들이 보도하는
당신의 서거 소식
오전 5시, 별세

“나 먼저 가오”
평소에 그랬듯이
빙그레 웃으시는 당신의 사진 모습
생자무상生者無常, 견디기 어려운 순간이었습니다

당신께선 실로 거대한 인간.
조국해방 이후 오늘날까지
실로 많은 학자들을
실로 많은 문인들을
실로 많은 겨레들을
양서출판을 통해서 길러내셨습니다

특히 얼마나 많은 시인들이
당신께서 창업하신 정음사에서 나왔던가
그 시인들 모인 가운데서
오늘, 1981년 10월 30일 오전 10시
한강이 흐르는 강변, 점보아파트 마당
이 자리에서
당신을 보내는 조시를 읽다니
당신의 거대한 생애를 애도하기엔
나의 시는 아직 어립니다.

순결한 효심, 숭고한 양심,
견고한 의지, 정밀한 신경,
따뜻한 인정, 투철한 애국,
준엄한 정의, 민첩한 판단.
당당한 행동, 해박한 지식.
풍요한 철학, 대담한 결정.
일관한 우정, 엄격한 신의,
정확한 시간,
완전무결한 당신의 인간을 그리기엔
나의 재능이 부족합니다.

많은 업적, 많은 생애, 많은 친지,
평생 사랑하시고 아끼시던
부인과 가족들,
이 많은 작별의 아쉼을
어찌 다 적겠습니까

아, 오늘은 가을도 다 가라앉은
흐린 천지, 만물이 침묵입니다
가시는 길, 오직 명복을 빌며
흐느끼는 가슴뿐입니다

가시는 세상
부디 안녕하시길.

제목은 「가시는 세상, 부디 안녕하시길」. 이 추도시는 그 후 󰡔현대 문학지 1981년 12월호에 게재
    
△ 이전글: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079호 (『떠난세월 떠난사람』)
▽ 다음글: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077호 (『떠난세월 떠난사람』)
Copyright 1999-2024 Zeroboard / skin by enF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