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871호 (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흐른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2-04-26 16:05
조회수: 25
 
132 내일
    수국에서

걸어서 다는 갈 수 없는 곳에
바다가 있었습니다.

날개로 다는 날 수 없는 곳에
하늘이 있었습니다.

꿈으로 다는 갈 수 없는 곳에
세월이 있었습니다.

아, 나의 세월로 다는 갈 수 없는 곳에
내일이 있었습니다.

                         시집 『다는 갈 수 없는 세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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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연임을 해달라는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을 그만두고(3년 임기), 정확하게 6,900만 원이라는 이월금을 남겨놓고, 홀가분하게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혜화동 나의 작업실에서 작업만 하는 생활로 돌아왔습니다.
이웃에 시와 시학사가 이사를 왔습니다. 시와 시학사에서는 매년 해변시인학교라는 것을 열기로 했고 나를 그 해변시인학교 교장으로 추대를 했다는 겁니다.
매년 경상남도 통영(충무시) 앞바다에 있는 수국(水國)이라는 작은 섬에서 열고 있었습니다.
나는 이것도 나의 의무라고 생각을 해서 서울에서 일행하고 버스로 내려갔습니다.
여러 가지로 불편한 장소였지만, 특히 잠자리가 좋지 않았습니다.
잠 오지 않는 밤에 생각을 했습니다.
이곳에 있는 벌레들은 어떻게 저 육지로 건너갈 수가 있을까, 하고.
그러자 나의 인생이 생각이 되었습니다. 내 나이 칠십을 넘은 세월, 이젠 세월도 다가고, 따라서 꿈도 다가고,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세상을 꿈, 꿈, 꿈으로 열심히 그 꿈을 찾아서 살아왔건만, 이젠 그 꿈으로도 더는 갈 수 없는 세월만 남고, 그 내일만 남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그러한 생각을 종합해서 이러한 시를 지었고, 이 시는 제 38시집 『다는 갈 수 없는 세월』(1992.11.5. 혜화당) 속에 수록했던 겁니다.
혜화당은 송명진 시인이 하는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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