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937호 (『시의 오솔길을 가며』)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2-12-13 13:47
조회수: 38
 
황홀한 모순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먼 훗날, 슬픔을 주는 것을, 이 나이에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오히려 기쁨보다는
슬픔이라는 무거운 훗날을 주는 것을, 이 나이에

아, 사랑도 헤어짐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한다는 것은
씻어낼 수 없는 눈물인 것을, 이 나이에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헤어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적막

그 적막을 이겨낼 수 있는 슬픔을 기르며
나는 사랑한다, 이 나이에

사랑은 슬픔을 기르는 것을
사랑은 그 마지막 적막을 기르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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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想노트

이 시도 나의 제37시집 󰡔낙타의 울음소리󰡕에서 뽑은 겁니다. 나는 나의 시집을 나의 영혼이 잠시 기숙하다 떠난 하나의 숙소(宿所)라고 생각을 해 왔습니다.
그러니까 이 시집 󰡔낙타의 울음소리󰡕는 1991년 한 해 동안에 쓴 시집이기 때문에 1991년 한 해 동안에 내 영혼에 묵었던 그 내 영혼의 숙소입니다.
나의 첫시집 󰡔버리고 싶은 유산(1949)이 나의 시로서의 第1宿(제1숙)이 되는 것이며, 이 제37시집이 나의 영혼의 제37숙이 되는 겁니다.
실로 많은 숙소로 이어지는 나의 이 이승의 여행 길입니다.
이 이승의 여행 길에서 지금 나는 72세라는 인생의 늙은이로 있습니다. 이 나이에 좋은 애인을 만난들 무엇하리, 오히려 슬픈 눈물이지, 하는 생각으로 이 시를 쓴 겁니다. 육체적인 나이는 생각하지도 않고, 나의 영혼은 부지런히 아직도 사랑을 찾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아니 그리운 애인을 찾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편 체념하고 마는 겁니다.
이렇게 우리 인생은 일생이 사랑을 찾는 긴 여행 길이 아닐까요. 영국의 시인 셸리(P.B.Shelley, 1792~1822)가 말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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