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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아화
-일명 홍모단
조병화
‘아까이 보당’은 슬픈 네 이름이다
나는 네 핏줄을 모른다
너는 타이완에 핀 한 송이 꽃
문명은 네 핏줄과 아름다움을 상품화하고
너는 네 핏줄에 길려 흙 속에 진다
아 깊은 눈썹이여
빛나는 검은 눈동자여
검은 기 도는 살웃음이여
신비로운 목소리여
사연 많은 가슴이여
맨발이여
천년을 두고 산과 물에 익숙한 네 사랑이여
신고산 아리산 고개 고개 마루마루
산노루 산토끼 산짐승 따라
일월담 기슭에 찾아든 놀라움이여
검은기 낀 네 살결에 흐르는
뜨거운 네 핏줄을 나는 모른다
‘아까이 보당’은 돈이 되는 네 이름이다
단 돈 십 元은 나를 네 곁에 서게 하는구나
석아화
신고산 아리산 산기슭 물기슭
네 웃음은 마음 깊이 타이완의 꽃처럼 아름다와라
‘이야 하이야’
‘이야 하이야’
‘아다 인 아우라 아구’
‘아다 인 아우라 아구’
*‘이야 하이야’라는 말은 고사족 춤노래의 후렴인데 ‘어서 나오너라 사랑하는 이여’라는 뜻이라 한다.
(7시집 [석아화], 1958. 3. 15)
제7시집 [석아화]의 표제작인 위의 작품은 조병화 시인이 타이완 여행 중에 쓴 시이다. 실제로 ‘나그네’, ‘여행자’ 정서가 깊이 스며 있는 이 작품에는 조병화 시인의 섬세한 감수성이 잘 드러나 있다. “문명은 네 핏줄과 아름다움을 상품화하고/너는 네 핏줄에 길려 흙 속에 진다”는 표현과 ‘이야 하이야’ 등 이국적 정서를 드러내는 언어는 이 시에서 정서를 구체화하는 이미지들에 해당된다. 여행지에서 발견한 풍물에 대한 이런 정서적 투영은 그의 ‘시간 나그네’ 의식과 ‘존재에 대한 연민’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풍물에 대한 정서와 감수성이 보헤미안풍의 센티멘탈한 이미지와 언어를 빚어내는 시풍은 8시집인 [기다리는 사람들]에 이르면, 시인의 근원적인 고독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알프스에 올라 “하나님! 이처럼 넓은 하늘과 지구를 보옵기는/처음이옵니다”라고 말하는 시인에게 종교와 시는 처음부터 한 몸이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해설/김춘식(동국대학교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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