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군자리.....조병화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06-07-25 12:57
조회수: 3255 / 추천수: 87
 


군자리君子里
                             - 조병화


눈바람치는 水仁線
낯설은
간이역

군자리
염전 벌판
흐린 풍경

갈매기



하늘에
쓸리고

눈 털고 들어선
주막
깨진 유리창
바람이 차다

얼어붙은 김치쪽
굴 한 탕기
걸터앉아, 잠시
탁주로 마음 녹이는
길손

저린 가슴아
동행의 손, 아직 차구나

노형, 말씀 뭅시다
서울 가는 버스, 혹 있는지요
하루 한 번 내려왔다 올라갑니다

노형은 염전 조합원
대포 한 잔 요기하러 들어선 길
콧수염이 얼었다

서울은 저문 북쪽

흐린 이 해안
바람 탄 벌

하늘에
갈매기




-제16집《가숙의 램프》에서




  君子里의 스산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눈바람 치는 어두운 하늘, 마을은 적막한지 갈매기의 “끼/ 끼” 우는 소리가 배경으로 퍼지고 있다. 주막은 君子里의 궁색한 상황을 집약하여 보여주는 공간이다. 깨진 유리창으로 바람이 들어오고, 탁주의 안주라고는 “얼어붙은 김치쪽/ 굴 한 탕기”가 고작이다. 서울 가는 버스는 하루에 한 대. 고립되어 더욱 스산한 양상이다. 그래서 도무지 스산함을 벗어날 수 있는 출구는 없어 보인다. “흐린 이 해안/ 바람 탄 벌// 하늘에/ 갈매기// 끼/ 끼”. 君子里를 갈매가 울음소리가 삼키고 있다. 사람의 흔적이 갈매기의 울음에 의해 지워지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지막에는 스산함만 남고 있다.


-해설/홍기돈(중앙대학교 교수)


    
△ 이전글: 빈 방에 전화를 걸며.....조병화
▽ 다음글: 때때로 돌아와.....조병화
Copyright 1999-2022 Zeroboard / skin by enF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