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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14호 공존의 이유 12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1-10-31 13:31
조회수: 3149
 
공존의 이유 12                
                                                        
조병화

깊이 사귀지 마세
작별이 잦은 우리들의 생애

가벼운 정도로
사귀세

악수가 서로 짐이 되면
작별을 하세

어려운 말로
이야기하지
않기로 하세

너만이라든지
우리들만이라든지

이것은 비밀일세라든지
같은 말들은

하지 않기로 하세

내가 너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나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어디메쯤 간다는 것을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작별이 올 때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사귀세

작별을 하며
작별을 하며
사세

작별이 오면
잊어 버릴 수 있을 정도로

악수를 하세



이 시는 가장 좋아하던 친구 한 사람과 감정이 서먹서먹하게 되었을 때 같이 술을 나누며 생각하던 쓸쓸한 나의 심정이다. 깊이 사귀고 많은 시간을 같이하고 실로 많은 이야길했기 때문에 이것이 무너져 가는 아픔은 어떤 정리 없이는 좀 견디어 내기 어려운 것이었다. 이렇게 남자들 사회에 있어서 그 우정이 상했을 때 그 고립과 분노, 그걸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나의 시로써 매듭을 지었던 거다. 이해관계로 얽혀있는 오늘날의 도시적 우정들, 그 인간관계에 있어서 나는 나의 경험으로 차고 뜨겁게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현대 인간관계를 생각하곤 하는 거다.

                                             조병화, 『흙바람 속에 피는 꽃들』, 문음사,  p.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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