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775호 (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흐른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1-06-08 13:17
조회수: 100
 
36 여의도 (57.12.3.KNA)


        서리가 내린 여의도
        살풍경한 풀밭에서
        비행기가 뜬다
        아침 아홉 시
        바라크 같은 여의도 비행장 건물 앞에서
        쬐그만 가족들이 손을 흔든다
        어머니 혹은
        아내 혹은
        딸 아들 혹은
        애인
        모두 호주머니 돈 톡톡 털어 보내는 마음
        나는 문득 두꺼비 만화를 생각한다
        자욱한 서울 장안 아침 상공엔
        삼각산 북한산 봉우리 흐르는 강
        하얀 서리 안개에 감겨
        가라앉고
        눈부신 햇살이 둥근 창에 번쩍인다.
        우리는 어느새
        황해가 뵈는
        우리 서해안 낮은 봉우리 봉우리
        남풍에 깍인 돌맹이 봉우리
        나무가 없는 산줄기 위를 날고 있다
        군산을 지나 한라산 꼭대기
        비행기는 남으로
        구름 한 점 없는 한국 하늘을 난다
        내려다뵈는 다도해 어장 부근
        새파란 바다 속속들이 들여다뵈는 맑은 물 속
        섬과 섬
        오전 열 시 삼십 분
        우리의 조국 남단 한라산을 뒤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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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여의도는 서울의 중심부같이 되어 빌딩들의 숲이 되고, 많은 인구들이 밀집하고 있는 현대 도시로 되어 있지만, 그 때만 해도 한강 유역의 한촌(寒村)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그 때가 1957년 12월. 한강의 모래섬, 삼각주, 델타 주위에 포풀퍼 나무들이 줄지어 있었습니다. 그 포플러 나무들에 둘러싸인 초원에 비행기 활주로가 있었습니다. 시골 비행장처럼.
  이것이 우리 나라, 대한민국의 서울 국제공항이었습니다. 건물들도 가건물 들이었습니다. 참으로 초라한 국제공항의 모습으로 나의 머리에 가물가물 남아 있습니다.
  이곳에서 나는 대만 여행을 떠났던 겁니다. 대만의 반공연맹의 초대로, 주요섭(소설가) 씨를 단장으로 해서, 송지영 씨(소설가), 이무영 씨(소설가), 김용호 씨(시인), 조경희 씨(수필가), 전숙희 씨(수필가), 그리고 나, 일행 11명이 방화문화시찰단(訪華文化視察團)으로 대만, 중화민국을 방문하게 되었던 겁니다. 내가 가장 연소한 시인이었습니다.
  처음 보는 남쪽 나라 대만은 상상한대로 남양 식물들이 너울거리고 있는 꽃의 나라였습니다.
  약 2주일간의 여행 코스, 극진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특별한 장개석(蔣介石)총통의 알선으로 예정에 없었던 금문도(金門島) 방문도 있었습니다.
  나는 이 여행에서 일생의 붕우(朋友) 종정문(鍾鼎文) 시인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국제문화예술협회(World Academy of Arts and Culture)의 회장이며, 이 협회에서 이끌어 가는 세계시인대회(World Congress of Poets)의 중심 대표 인물이지만, 나는 지금까지도 친형제처럼 왕래를 하고 있습니다. 실로 인간적이며 성실한, 이 세상의 친구로, 친형제 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때 그분들, 대만으로 피난 온 본토 시인들을 중심으로 한 중화민국 시인들이 초대한 저녁, 시인들만의 모임에서 나는 “감빠이 감빠이” 하는 바람에 어떻게나 배갈[白酒]에 취했는지, 그 이튿날 일어나 보니 호텔, 나의 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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