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908호 (『세월은 자란다』 이후의 이야기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2-09-03 11:20
조회수: 120
 
169. 1997년 10월 1일, 아내가 방사선치료를 받고 있다. 병이 낫는다는 가망은 없으나 환자의 통증을 좀 덜어 줄까, 하고 방사선 치료에 들어간 거다.
  인간의 복 중에서 가장 좋은 복은 편히 죽는 복이라고 전해지고 있지만, 실로 지금 그것을 느끼면서, 나의 죽음을 생각하고 있다. 어떻게 그 죽음이 나에게 올까 하고. 나에게는 믿음도 없고, 믿음이 있다면 그저 어머님을 믿고, 내가 죽으면 어머님 곁으로 가겠지, 하는 생각밖에는 없기 때문에, 종교를 믿고 사는 신자들하고는 아주 다른 내세관을 갖고 살고 있다. 내가 죽으면 어머님 곁으로 꼭 가야지, 하는 신념과 어머님 곁으로 가고 싶다, 하는 소원으로 그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거다. 그 죽음이 어머님의 힘으로, 그리 고통 없이 가리라 하는 생각으로.
  그러나 아내의 고통을 어떻게 위로할 말이 없어서 이런 말을 하면서 위로를 하고 있다.

  “당신의 이 참을 수 없는 고통은 부처님이 주시고 있는 고통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고통을 겪고 오라, 하고. 그래야만 극락세계로 갈 수 있다고. 부처님이 당신을 극락세계로 인도하기 위해서 이렇게 모진 고통을 주시고 있으니, 참으시오, 참으시오.”

  사실 아내는 독실한 불자이며, 원불교의 법사이기도 하다. 그 법사의 이름이 정해(靜海)이다. 참으로 그 부처님을 믿는 마음, 한결같이 수십 년, 보통이 아니었다. 그 불자가, 그 법사가 이렇게 중병에 걸려서 이루 말할 수 없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으니, 이 고통은 ‘부처님이 당신을 극락세계로 데리고 가려고 하시는 일이니, 참으시오.’ 할 수밖에.
  아, 이 고통, 부처님, 너무하십니다.
(『외로우며 사랑하며』, 208~2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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