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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림金起林씨와 그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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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범, 장이욱, 김기림, 선우휘, 조윤제, 장만영, 김경린, 신석정, 김광균, 양병식, 이봉구,
박인환, 백 철, 박기준, 송지영, 박목월, 김용묵, 이현구, 이하윤, 서정주, 황순원, 홍효민,
조지훈, 박두진, 최태응, 조연현, 이 한, 이진섭, 김원규, 김광주 <등장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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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라는 시, 그건 이렇게 독백하듯이 금세 나와버린 거다. 그건 중학교시절 시를 많이 읽고 동경고사에 가서도 줄곧 시집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빈 시간 나면 읽고 했던 것이 습관이 되어 그렇게 쉽게 나와버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참으로 많은 시를 읽었다. 수업시간이 끝나고 다음 수업시간이 시작되는 그 10분 쉬는 시간을 이용했었다. 이렇게 토막토막 토막난 시간을 주로 시집을 읽었다. 간단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 간단한 글 속에 내가 좋아하는 말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이 내가 정신적으로 성장해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리고 아름답고, 멋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무한한 동경의 세계, 그 꿈으로 나를 함빡 젖게 하기 때문에, 그것으로 하여 나는 내적 성숙감을 느끼면서 청년 학창시절을 보냈던 거다.
｢소라｣라는 시가 나오자 계속해서 ｢해변｣, ｢추억｣, 이러한 작품들이 쏟아져나왔다. 그렇게 쏟아져나오면서 나의 암담한 정신상태가 점점 풀리기 시작을 했다.
잊어버리자고
바다 기슭을 걸어보던 날이
하루
이틀
사흘
여름 가고
가을 가고
조개 줏는 해녀의 무리 사라진
겨울 이 바다에
잊어버리자고
바다 기슭을 걸어가는 날이
하루
이틀
사흘.
｢추억｣이라는 작품. 철자법도 잘 모르면서 또 이런 시가 나왔다. ‘줏는’은 ‘줍는’이 아닙니까, 하고 미지의 독자로부터 편지가 올 정도로,
그렇다. 이 시와 같이 지금까지의 인생을 모두 잊고 다시 시작을 하는 거다. 이렇게 나 스스로 나를 새로운 미지의 세계로 밀고 나갔던 거다.
나는 나의 모국어, 조선어를 새로 배우기 위해서 그 무렵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시집을 닥치는 대로 사들이고 읽었다. 그러나 하나도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없었다.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그 시집만이 나와 결합이 되었다. 서문이 정지용 시인의 글로 되어 있었다. 출판사는 정음사, 나는 이때까지 정지용도, 김기림도, 이태준도 모르고 학생생활을 했었다. 윤동주의 시는 모국어로 이어진 나와의 구원적인 해후였다.
이렇게 스스로의 좌절과 포기와 탈출과 위안으로 쓴 것들이 모여서 제법 분량이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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