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굴암사(窟巖寺)
-용덕사(龍德寺)
옛날 송전공립보통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원족을 갔던 굴암사,
사푼사푼 잘도 올라갔던 생각이
다시 찾아든 산길
하두 험하고 가파라서 쉬엄쉬엄 오르매
옛날은 까마득하다
허이허이 오르는 산길
절은 하늘 위에 있다
아, 어머님, 어머님은 너무나 높은 곳에
계십니다
할 때, 한 소년이 사뿐사뿐
내 곁을 앞질러 오른다
나를 힐끗 뒤돌아보며.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詩想노트
이 시는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쓴 시입니다. 시골에서 송전공립보통학교 1학년 다닐 때, 그때 말로 원족(遠足)을 갔을 때의 회상입니다. 일본 시대는 소풍을 가는 것을 원족이라고 했습니다.
송전국민학교 학생들이 1학년서부터 6학년까지 단체로 소풍을 갔었습니다. 학교에서 약 20리 떨어진 곳에 이 절이 있었습니다. 그 때 이름을 굴암절이라고 했습니다. 견대에 도시락 하나 넣어가지고 20리 길을 걸어서 갔던 겁니다.
그곳을 늘 한번 다시 가보고 싶었었습니다. 소년시절을 생각하면서.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내 나이 70쯤 되던 해 봄 용기를 내서 이 절을 찾아갔습니다. 4월 8일(음), 부처님 오신 날을 택해서.
어머님이 그날은 그곳 굴암절에 와 계실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절은 항상 어머님이 계신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도 어머님을 뵈러 그곳 산꼭대기에 있는 굴암절을 허덕허덕 찾아 올라 갔습니다.
옛날엔 그리 높은 곳에 절이 있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아서 쉽게 생각해서 찾아갔더니, 참으로 험한 산길, 높은 곳에 이 절은 있었습니다.
절 이름도 정식 이름은 용덕사(龍德寺)였습니다. 처음 안 일이었습니다. 용이 바위 틈에 있는 굴에서 하늘로 승천했다 해서 굴암절이라 했던 겁니다. 전설이지요. 실제로 용이 빠져나갈 만한 큰 굴이 있었습니다.
송전국민학교 다닐 때엔 그 굴로 나도 빠져나온 기억이 있습니다만, 이번에 무서워서 그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 굴 입구에 약수가 맑게 흘러나와서, 그 약수만 마시고 하산을 했습니다.
그곳 절에서 내려다 뵈는 용인군의 산천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이렇게 소원을 풀고, 어머님을 참배했다는 생각으로, 참으로 기분이 개운했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이미 늙어서, 옛날 그 소년 시절이 까마득했습니다. 봄 바람인지, 초여름 바람인지, 참으로 시원한 바람이 땀에 젖은 내 가슴을 상쾌하게 해주었습니다.
먼 곳에서 뻐꾸기 숨어서 우는 소리가 들려오고 머리 위에서 꾀꼬리가 울고 있었습니다.
나는 이렇게 해마다 부처님이 오신 날이면 절을 찾곤 했습니다. 절을 찾곤 합니다. 어머님이 작고하신 후부터는 꼭 절을 찾아가곤 하는 겁니다. 절에 가면 어머님을 꼭 만나 뵌다는 생각으로.
해인사도 그렇게 해서 찾아 갔었고, 통도사도 그렇게 해서 찾아 갔었고, 화엄사도 그렇게 해서 찾아 갔었고, 금정사도 그렇게 해서 찾아 갔었고, 부석사도 그렇게 해서 찾아 갔었고, 신흥사도 그렇게 해서 찾아 갔었고, 이번 이 절에도 그러한 생각이 들어서 찾아 왔던 겁니다.
절은 어디나 어머님이 계시는 집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나는 특별한 종교는 없습니다. 이렇게 절에 다닌다고 꼭 내가 불교도는 아닙니다. 다만 어머님이 생시에 절에 다니셨으니까, 내가 이 이승을 떠나서 저승으로 갔을 때, 어머님 곁으로 갈려면 어머님이 하신 대로 해야 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부처님이 오신 날엔 꼭 절을 찾아 가는 겁니다.
실로 어머님은 나에게 있어서 단 하나의 종교입니다. 그런데 어머님은 절에 계십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