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028호 (『시의 오솔길을 가며』)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3-10-27 13:27
조회수: 295
 

나귀의 로스트 파라다이스


장터 머리에서, 나귀는
나른히 낮잠에 빠진다

낮잠 속에서 가물가물 꿈에 말려든다
꿈에 말려들어, 천마가 되어
온 하늘을 비상한다
하늘을 비상하다 한 마을에 이르러
부잣집 딸로 변신한다

딸로 변신한 나귀는
억만 세월을
먹고 싶은 대로 먹고
자고 싶은 대로 자고
쉬고 싶은 대로 쉬고
근심 하나 없는 낙을 누린다

낙을 누리다가 어느 봄날
짐을 잔뜩 실은 나귀를 쫓아
외나무 다리를 건너다가 발을 헛디뎌
개울물에 풍덩,
순간 딸로 변신한 나귀는
딩굴딩굴 수천 만리를 굴러떨어져
다시 나귀로 환속, 먼지 세계로 되돌아와
장터 머리에 나른하다
그런 세상도 있건만, 하며.


詩想노트

이 시는 현실과 꿈의 세계를 대조시켜서 본 겁니다.
현실에서 항상 굶주리고 있던 것이 꿈의 세계에선 그 정반대로 풍요로운 것으로 나타날 수도 있는 그러한 이야기를 이 모로코의 가난한 나귀의 꿈으로 나타내 본 겁니다.
현실의 비애와 꿈의 행복, 꿈에서의 행복과 그 꿈이 사라진 뒤에 나타나는 현실의 현실적 비애, 그걸 한 우화처럼 다루어 본 겁니다. 있을 수 있는 이야기지요.
나도 그러한 경험이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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