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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11 모스크바 대학 앞에서
모스크바 강이 흐르고 있다.
강가는 숲
웅대한 자연, 웅대한 도시
그 곳에 정치라는 것이 있었다.
집단이라는.
시집 『지나가는 길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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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도 제 33시집에 들어 있는 소품으로 이 시집은 전에도 말했듯이 그림(스케치)과 같이 엮은 시집들이어서, 그때 그때, 그 장소를 스케치하면서 떠오르는 시상들을 메모한 것들이 많아서 시들이 다 짧습니다.
유구한 세월, 유구한 자연, 거대한 생존과 그 역사의 유적지를 돌며 참으로 바쁘고도 즐거우며 유익한 여행을 했습니다.
계림, 남경, 서안, 북경, 만리장성, 항주, 소주, 상해, 도쿄, 서울, 이러한 코스로 중국을 돌았습니다. 다소 여행 코스의 순서가 바뀐 것 같습니다만, 이때만 해도 꼭 일본 땅을 거쳐야만 했습니다.
중국 여행에서 돌아와 나는 또 소련을 위시해서 동구라파 여행을, 시인 몇몇을 데리고 했습니다.
서울, 도쿄, 모스크바, 타슈켄트와 레닌그라드, 와르소를 거쳐서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유고슬라비아의 사라예보, 파리, 도쿄, 서울.
아, 얼마나 미지의 하늘, 미지의 대륙이었던가 그러한 감회로 하늘과 지상을 날으니, 어린이 같은 감동이 일어났습니다.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 등을 구경하면서 느낀 것은 어디서나 서민들은 착하고, 사상을 떠나서 인간을 열심히 살고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크게 감탄한 것은 어딜가나 거대한 동상과 그들을 추모하는 광장들이 있다는 겁니다. 특히 문인, 예술가들의.
모스크바 대학은 언덕 위에 있었습니다. 역시 거대한 소련을 움직이는 인물들을 양성, 배출하는 곳답게 거대한 스케일, 거대한 건물들이었습니다. 이곳에서 배운 사람들이 지금 북한 땅을 이끌고 나가는 지도자라고 생각할 때 새삼,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그 공산주의라는.
이 대학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모스크바는 어둠침침한 거대한 침묵의 대도시. 그곳에서도 봄은 오고 있었습니다. 파릇파릇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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