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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로 가는 길
—경인 하이웨이에서
안개로 가는 사람
안개에서 오는 사람
인간의 목소리 잠적한
이 새벽
이 적막
휙휙
곧은 속도로 달리는 생명
창 밖은
마냥 안개다
한 마디로 말해서
긴 내 이 인생은 무엇이었던가
지금 말할 수 없는 이 해답
아직 안개로 가는 길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면 이렇게
저렇게 생각하면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던 세상에서
무엇 때문에 나는
이 길로 왔을까
피하며, 피하며
비켜서 온 자리
사방이 내 것이 아닌 자리
빈 소유에 떠서
안개로 가는 길
안개에서 오는 길
휙휙
곧은 속도로 엇갈리는 생명
창 밖은
마냥 안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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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想노트
무라노 시로는 ‘언어(말)는 그 민족의 피’라는 말을 했습니다. 참으로 지당한 말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우리는 지금 황폐해가는 우리 모국어를 잘 지켜나가야 하겠습니다. 실로 말(언어)이 없고, 글(문장)이 없는 나라는 언젠가는 망해 버리는 겁니다.
우리는 좋은 말(언어), 좋은 글이 있는 나라입니다. 그런데 지금 경솔한 청소년들이나 코미디언들에 의하여 그 좋은 모국어가 난잡하고 더럽게 오염되어 간다고들 합니다.
말이 더러워지면 그 영혼(정신)도 더러워져 가는 겁니다. 따라서 그 행동들도 더럽게 오염되어 가는 겁니다.
미국의 시인 케네드 렉스로드(Kenneth Rexroth,1905~1982)는 다음과 같이 이야길 했습니다.
“시는 감성에 질서를 주며 그 황폐를 방지하는 곳에 있다. 무질서한 감성은 다만 신경과민에 불과한 것이다. 세계의 황폐에 대한 유일한 방어 수단은 오로지 창조행위뿐이다.”라고.
우리 시인들은 좋은 말을 창조해가며 좋은 모국어를 지켜나가야 하겠습니다.
요즘 소위 해체시(解體詩)라는 것을 쓴다는 젊은 시인들의 언어(말)들을 보고 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어떻게 그러한 시궁창 같은 말(언어)들을 쓸까 하고,
영국의 시인 스테펜 스펜더(Stephen Spender,1909~1995)는 “시인은 새로운 언어의 주조자(鑄造者)이다.”라고 말을 했습니다.
이렇게 시인은 끊임없이 새로운 말을 만들어 가며(조造語), 죽어가는(사어死語) 언어를 살려가는 두 가지 작업을 끊임없이 해가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새로운 말을 만들되 오래 장수할 수 있는 좋은 말을 만들어 내야만 합니다. 기본적으로 만들어서 금세 죽어가는 말을 만들어선 안 된다고 나는 생각을 합니다.
새로운 말의 조어(造語)와, 죽어가는 말 사어(死語)의 소생(蘇生), 이 두 가지 작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 시처럼 인간은 누구나 짙은 안개 속을 살아가고 있는 겁니다. 집은 안개를 끊임없이 헤쳐나가는 길가는 존재라고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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