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828호 (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흐른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1-12-02 17:27
조회수: 66
 
90 나귀의 눈물
   모로코 어느 농촌에서

나귀가 우는 걸 본 일이 있나요
안으로 안으로 소리 죽이며
보이지 않는 눈물로
신세처럼 우는 걸 본 일이 있나요

짐을 나르고, 허드레를 나르고
가난한 주인을 나르고
하라는 대로 하며, 순순히
시키는 일 다 해 가며
주는 대로 먹으며
허기져도 허기지다, 말 한마디 못하고
그저 온종일 일을 마치곤
허름한 외양간에서, 혼자
글성글성 잠이 드는
나귀

별이 돌고, 해와 달이 도는
무궁한 천체 속에서
먼지와 같이 떠도는 이 지구, 지구 위에
눈물이 없는 생체가 어디 있겠소마는

둥글둥글 눈알에 가득히 온 하늘을 비치며
별과 달과 해를 굴리며
인간의 눈으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혼자
운명처럼 우는 나귀

나귀가 우는 걸 본 일이 있나요
안으로 안으로 안으로, 깊이
스스로를 감추고
체념처럼 우는 걸 본 일이 있나요.

혼자서, 온 천지 그저 혼자서.

                          시집 『나귀의 눈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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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4년 10월에 아프리카 북단에 위치하고 있는 모로코 마라케쉬라는 옛 도시에서 제7차 세계시인대회가 열려서 참가를 했습니다. 대회장은 같은 아프리카에 있는 세네갈의 대통령 쌩골(시인)이었습니다.
  이곳에 참석하고 그린 그림, 시,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들렀던 구라파 여러 나라에서 그린 그림, 시 들을 합쳐서 제 27시집 『나귀의 눈물』(1985.6.5. 정음사)을 출판했습니다.
  이 시집으로 나는 예술원상(작품상)을 타게 되었습니다. 예술원상엔 공로상과 작품상이 있었습니다만, 나는 더 명예롭게도 작품상을 타게 되었던 겁니다.
  동물들(가축)에 대한 연민의 정, 우리들 생명을 가지고 있는 모든 생물들의 생존에 대한 연민의 정, 특히 약하고, 병들고, 굶주리고, 시달리고, 학대받고, 고생을 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한없는 연민의 정을 쏟아 부었던 겁니다. 실로 아프리카 척박한 땅에 살고 있는 가축들은 불쌍하였습니다. 가련하였습니다. 연민의 정이 눈물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같은 하늘에 살면서 구라파 넓은 비옥한 초지에서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는 구라파의 나귀, 소. 양, 닭, 돼지 들은 한없이 행복하게 보이고, 아프리카 사막에 가까운 척박한 황무지에서 일에 시달리고 굶주리고 심한 노역만 하고 있는 소. 나귀, 돼지, 닭, 양 들은 참으로 보기 민망할 정도로 불쌍하게만 보이곤 했습니다. 그들은 이 천지가 지옥같이 보이곤 했겠지요.
  동경고사(東京高師) 시절, 나는 즐기어 프랑스 시인 프란시스 잠(Francis Jammes. 1868〜 1938)의 시들을, 특히 나귀에 관한 시들을 읽어 왔지만, 실로 가련하게, 연민스럽게, 불쌍하게 보이는 것이 이곳 작은 나귀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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