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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 아래서
로즈마리 윌킨슨 (미 국)
지금은 태평양 표준시간으로 오후 8시 10분-
나는 시에라 네바다의 언덕 위 울창한 숲속에서
그 누구에게 보내는 시(詩)와 편지를 쓰기 위해 아직 깨어 있네.
1979년 7월 나는 코리아의 서울에서
“서한시(書翰詩)”를 어떻게 쓰는가를 배웠지.
떠나기가 싫었던 그 도시, 안개가 자욱한 그 도시에서
잠을 깬 어느날 아침에.
아직 매미는 울고 있고 하얀 반달만 하늘에
키 큰 소나무의 그림자가 어두움에 깔리고
서늘한 바람이 창문으로 스며온다.
탁상용전등(卓上用電燈)의 그림자는 노란색 편지지 가까이 흔들리어
내 마음은 짐짓 흩어지기만하네
답장을 쓰기 위해 사놓기만 한 봉투뭉치 옆에서.
고요함을 잊기 위하여
그리고 달과 시(詩)를 잊기 위하여
그러나 짐짓 쓰고 싶은 마음, 읽고 싶은 마음이
나로 하여 편지를 쓰기에 앞서 바라게 한다.
이미 태양열로 타버려 어두워진 암흑을 거두고
이제는 저 달이 온누리에 비추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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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r the Half Moon
Rosemary C. Wilkinson (U. S. A.)
It is 8:10 P.M. Pacific Standard Time
And I am up in the dense woods
High in the hills of the Sierra Nevada's
Taking time out for another letter poem.
I learned to write letter poems
In Seoul, Korea, July 1979
When I awoke to a city encased in fog
And a stillness I never wanted to leave.
I hear the cicada's singing
And see only the half-moon so white
With tall pines silhouetted in dark
Mid cool breezes blowing through my window.
My desk light hovers close to a yellow pad
And my heart is verily distracted
By this stack of mail I brought to answer-
To forget stillness, moons and poems....
But the longing to write and the longing to read
Takes first priority over my mail:
I ask the half moon to spread over the world
To brighten its light-dispel our torried dark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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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병화시인기념사업회에서는 갑오년 새해를 맞이하여 『꺼지지 않는 등불』(1980, 갑인출판사)에 실린 44명의 외국 시인들이 한국을 노래한 시들을 매주 한편씩 보내드립니다. 조병화 시인은 1979년 7월에 열린 제4차 세계시인대회를 한국으로 유치하고 대회장을 맡은 바 있습니다. 이 대회에 참석했던 세계 시인들의 눈에 비친 당시의 한국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2014년, 대한민국이 청마의 기운처럼 세계로 더욱 뻗어나가는 한 해가 되길 바라며, 여러분의 가정과 일터에도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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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지 않는 등불(Lamp Light Ever Burning)-세계 시인들이 본 한국』
-책 머리에
나는 내 조국을 사랑한다. 그 누구나와 마찬가지로, 나도 내가 태어난 내 고향을 가장 사랑한다. 그리고 이웃을 만나게 하고 친구들을 사귀게 한 이 강산과 그 계절, 우리들의 마음씨와 그러한 풍물을, 또 우리의 역사 속에 있는 그 모든 것을 더없이 아끼고 사랑한다.
이러한 나의 사랑은 詩에로 옮겨갔고 드디어 내 정신의 모두는 여기에 바쳐졌다. 이와 같은 나의 사랑의 대상을 나는 감성이 예민한 많은 사람들에게, 특히 세계의 숱한 시인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그래서 지지난해 세계의 시인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이를 제의하게 되었고, 지난해 7월엔 내 소원을 풀기에 이르렀다.
제 4차 세계시인대회, 서울과 경주와 수원 등지에서 가졌던 오붓한 모임, 이런 자리에서 비단 당장엔 큰 과일을 따지 못한다 해도, 나는 애초 내가 바랐던 소망만은 이루게 되었다고 장담하고 싶었다.
비록 그들의 피부색이 다르고, 말이 틀리며 모습마저 모두 다를지언정 맑고 깨끗하고 아름답고 오랜 우리의 모든 것을 보는 눈은, 또 그것에 대한 가슴은 한결같았다는 사실이다.
사실 이러한 탄성은 우리의 것이었건만 속 깊은 데 감추어져 있어서 미처 몰랐던 새로운 발견으로, 이들 세계의 시인들이 각자 그네들의 나라로 돌아가 그동안 보고 느낀 바를, 그 경이로움을 그들의 말로 적어 더러 신문과 잡지에 발표하고 보내어와 한 다발로 묶게 된 것이다.
이에 영원히 『꺼지지 않는 등불』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제1부는 한국인의 가슴을, 제2부는 그 정신을, 제3부는 환경과 조건을, 그래서 우리 스스로와 또 우리를 모르는 세계의 사람들에게 보이고자 한다.
끝으로, 이 책을 엮는데 더없이 힘을 쏟은 한국국제문화협회와 갑인출판사에 삼가 감사의 뜻을 보낸다.
1980년 한글날 아침에
조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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