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806호 (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흐른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1-09-11 13:08
조회수: 1
 
67 벗
   제5회 순화회醇和會에서, 아타미 아가오赤尾호텔

벗은 존재의 숙소다
그 등불이다
그 휴식이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먼 내일에의 여행
그 저린 뜨거운 눈물이다
그 손짓이다
오늘 이 아타미 해변
태양의 화석처럼
우리들 모여
어제를 이야기하며 오늘을 나눈다

그리고, 또
내일 뜬다
                               시집 『먼지와 바람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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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무렵(1972년), 나는 뜻하지 않게 경희대학교 문리과대학 학장이 되어서, 평소에 나대로 생각하던 대학 환경에 집중적으로 신경을 써 가면서 우선 아름답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가는 데 정신을 썼습니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생활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나의 용돈을 써가면서. 지금도 그때 만들어 놓은 각 학과용 게시판이 문리대 현관에 남아서 학생들이 잘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 「벗」이라는 시는, 이 무렵 일본 아타미(熱海)에 있는 아가오(赤尾) 호텔에서 열렸던 경성사범학교 동창회에 초대되어, 강연 대신에 읽었던 시입니다. 제 20시집 『먼지와 바람 사이』(1972.10.20. 동화출판공사)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경성사범학교 동창회는 순화회(醉和會)라고 이름지어 있습니다. 그리고 아가오 호텔은 이 순화회 대선배가 경영하고 있는 큰 호텔이었습니다.
  한 300명 정도의 선후배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순화회 회원들은 경성사범학교가 해방과 더불어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으로 되었기 때문에 점점 줄어드는 동창회가 되어버렸습니다만 일본 전국에 한 500명 정도 살아 있다고 들었습니다.
  나는 이렇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명예롭던 모교의 이름을 다 잃어버리게 되었던 겁니다. 경성사범학교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으로 그 이름이 변했고 그 빛나던 일본 동경고등사범학교는 지금 쓰꾸바 대학으로 그 이름이 변해버렸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서운하기 짝이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실로 ‘벗은 존재의 숙소’입니다. 눈물겨운 따뜻한 고마운 존재의 숙소입니다. 서로 길을 묻고, 가르쳐 주고, 같이 묵다가 떠나는 벗들, 그 존재의 숙소들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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