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의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672호 백네번째 서신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9-09-27 08:05
조회수: 8
 


  요즘, 너무 넋을 잃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쓸 만한 글도 나오질 않았습니다. 깊이 생각을 하고 살면 우울하기만하기 때문에 그저 텅 머리를 비워 놓고, 운명이라는 것이 지나가는 통로를 넓게 열어 놓고 있습니다.
  한데, 다음과 같은 시가 결려들었습니다.

     암 말기를 입원실에서
     그 고통을 참아 가면서 누워 있는 아내
     죽음이 그 퇴원이 아니랴

     하는 생각으로
     매일처럼 늙은 몸을 이끌어 가면서
     문병차 들락거리는 이 바람
     이 바람이 나의 운명일 줄이야

     어머님, 이것도 어머님이 주신 내 운명이라
     이것도 고맙게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나에게 좀 더 힘을 주십시오

     어머님의 아들도
     이제 팔십에 가까워 갑니다

                              「암」
                               -1997.11.18.


  입원비는 입원비대로 날로 불어 가면서 아내의 병은 날 가망도 없고, 날로 쇠약해 가는 아내의 모습, 실로 죽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인생의 말로는 누구나 이렇게 비참하겠지만, 돈이 달랑달랑한 사람에겐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고, 실로 진퇴양난 이옵니다.
  이러한 나날을 보내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그저 이것이 큰 내 운명의 고비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운명은 피할 수 없는 것.
  운명은 운명대로 받아들여야지요. 하지만 금전적으로나 몸으로나 허약한 나를 왜, 하면서 하루 견디고 하루 견디고, 하곤 있습니다.
  살 때까지 가 보는 것, 이러한 평범한 속된 철학으로 매일을 견디고 있습니다.
  우울한 편지가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럼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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